[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최근 서울시가 부동산경기 진작을 위해 뉴타운 지구 내 존치지역에 대한 건축허가제한을 해제하기로 결정하자 '정책 실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존치구역에 대한 건축허가제한을 해제하는 것은 스스로 정책 실패를 인정한 꼴이 아니냐는 날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비예정구역으로 결정해놓고 사업타당성여부를 검토해 건축허가제한을 해제하겠다는 것은 재정비촉진구역 내 주민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타당하지만 서울시가 스스로 정책 실패를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구역지정 이후 노후도 요건상 존치구역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허다한데 사업 자체를 담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마냥 재산권 행사를 막고 있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뉴타운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지자 건축허가제한 해제라는 카드로 발을 빼려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치로 지지부진하던 뉴타운지구에 숨통이 트일 정망이지만, 사업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정한 재정비촉진지구는 지난 2002년 길음 등 시범지구를 시작으로 2003년에 한남지구 등 12개소, 8.4km²등을 비롯해 지난해 4월 창신,숭인지구를 지정하면서 총 26개 재정비촉진계획(개발기본계획 포함)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중 착공에 들어간 뉴타운지구는 시범 뉴타운 3곳과 마포 아현, 동대문 전농답십리, 동작 노량진, 동작 흑석, 강북 미아, 서대문 가재울 등 6곳을 더해 총 9곳에 불과하다. 또한 뉴타운 사업지구 305개 구역 중 조합이 설립된 곳은 118개(38.7%)뿐이고, 준공된 곳은 15개(5%)에 불과하다.
이처럼 뉴타운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이유는 구역지정시 명확한 타당성 분석이 없어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데 있다.
왕십리뉴타운1구역만 하더라도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됐음에도 불구, 일부 조합원이 '조합설립인가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발목이 잡힌 바 있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가재울뉴타운 4구역도 조합설립 절차상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착공이 지연되며 사업 진행자체가 어려웠다"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실제 뉴타운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즉 뉴타운사업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자 서울시가 사실상 정책 자체를 포기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행정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주원 재개발행정개혁포럼 사무국장은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근본적으로 뉴타운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뉴타운 사업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는 무책임한 행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사업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마저 손을 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어 이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뉴타운지구가 혼란을 거듭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재산권보호 측면에서는 타당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 재개발·재건축 전문변호사는 "노후도 요건상 재정비촉진지구 내 존치구역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고, 이럴 경우 사업이 10년 이상 걸리는데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서울시의 조치는 사업자체가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곳에서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재산권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타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 곳곳에서 재정비촉진사업이 좌초위기에 빠져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결정이 "책임 회피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돼 비난의 화살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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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중(기자) haezung@seoul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