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이젠 ‘보통구’ 전락하나”

2011. 1. 28. 09:20C.E.O 경영 자료

“대덕특구 이젠 ‘보통구’ 전락하나”

정부의 대구·광주 연구개발특구 추가 지정에 위기감

경향신문 | 윤희일 기자 | 입력 2011.01.27 21:23

" '특별한 것'이 많아지면 더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대구와 광주를 '연구개발특구'로 추가 지정하자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대전을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구'가 봇물을 이루면서 '보통구'로 하향평준화한다는 것이다. 대전과 대덕연구개발특구 일대에서는 "연구개발특구의 추가지정은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인 국책사업까지도 특정 지역에 마구 나눠주는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역에서는 "차세대 먹을거리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라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 '특구공화국' 망령 되살아나나 = 정부의 연구개발특구 추가 지정 이후 전국의 23개 관광지를 관광특구로 마구 지정하면서 거의 모든 관광특구가 보통구로 전락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이끌어온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최근 정부가 대구와 광주를 연구개발특구로 추가 지정하면서 대덕특구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 대전시 제공

당장 대전시는 "특구 추가지정은 지역간 연구 인프라의 중복투자를 가져와 연구시설 및 인력의 집적지인 대덕의 연구재원이 분산되는 등 대덕특구의 위상 및 역할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지역에서는 특히 이번 추가지정으로 대덕특구에 대한 정부의 예산투입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전시 분석결과 대덕특구에 대한 올해 예산투입예상액은 446억원 수준이다.

이는 중기재정계획에 나타난 예산액(752억원)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명노충 특구지원담당은 "대덕특구 종사자는 물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대덕특구가 '보통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지역구인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은 "선택과 집중을 해도 부족한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여기저기에 나눠주겠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 스스로 과학기술의 국가 백년대계를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대구, 광주 등 다른 지역까지 확대할 경우 결국 대덕특구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연구개발특구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도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 이후의 후속대책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에 비슷한 내용의 특구를 또 지정하는 것은 특구지정의 기본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대덕연구개발특구는 광주나 대구 연구개발특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과학비즈니스벨트만이 살길…" = 정부가 대구와 광주를 연구개발특구로 추가 지정한 뒤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대선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연구개발특구 추가 지정으로 추락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방안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충청권 3개 시·도의회 의장들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는 조속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충청권 입지를 지정·고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지난 17일 열린 '연구개발특구위원회'에서 대구 및 광주의 연구개발특구 지정안을 심의·의결했으며, 20일 지정·고시절차를 마친 바 있다.

대구연구개발특구는 테크노폴리스지구, 성서첨단산업지구, 융합 R & D지구, 의료 R & D지구, 지식서비스 R & D지구 등 5개 지구에 총 22.253㎢(경북 6.028㎢ 포함)가 지정됐다. 광주연구개발특구는 광주첨단지구와 진곡산단, 신룡지구, 전남 장성군 남면과 진원면 일대 등 총 18.73㎢가 특구에 포함됐다.

이 두 지역에는 2025년까지 3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에는 국가 연구개발예산이 집중 지원되는 것을 비롯해 연구소기업 및 첨단기술기업에 대한 국세·지방세 감면, 보조금 지원, 각종 부담금 감면, 인허가 일괄처리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 윤희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