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최고은, 굶어죽은 것 아니다”

2011. 2. 20. 09:11이슈 뉴스스크랩

김영하 “최고은, 굶어죽은 것 아니다”
“유능한 작가…언론이 아사로 몰아가면서 주변사람들 큰 고통”
김상만 기자 | hermes@mediatoday.co.kr  

소설가 김영하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요절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에 대한 글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블로그와 트위터 폐쇄를 선언했다.

김씨는 14일 블로그 ‘김영하 아카이브’에 쓴 글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은이가 굶어죽었다고 당연히 믿고 있다는데 놀랐다”며 “아마도 최초로 보도한 한겨레 신문의 선정적 기사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문에서 보도한 쪽지도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며 “그녀가 풍족하게 살아갔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연하고 당당하게 삶을 꾸려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고 최고은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2학기 동안 김씨의 수업을 들은 사제 간의 인연이 있다.
 
김씨는 이어 “그녀의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라고 고은이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에게 들었다”며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지고 그러면서 몸은 바싹 말라가는 병”이라고 밝혔다.
 
   
▲ 소설가 김영하 씨가 블로그에 제자였던 최고은 씨의 죽음에 대한 글을 남기고 블로그와 트위터 폐쇄를 선언했다. 사진은 김씨가 블로그에 남긴 마지막 글.
 
 
그는 “게다가 고은이는 우울증도 있었던 것 같다”며 “친구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개인적 사물들이 정리돼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삶에 대한 희망을 서서히 놓아버린 것인지도 모른다”고 썼다.
 
그는 “그러나 이런 진실은 외면한 채 고은이를 아사로 몰고 가면서 가까웠던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고은이는 재능있는 작가였지 어리석고 무책임하게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티다가 간 무능한 작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그녀가 대학을 다닐 때 어떻게 학비를 벌었는지도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면서 “그러나 그녀를 예술의 순교자로 만드는 것도, 알바 하나도 안 한 무책임한 예술가로 만드는 것도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할 양 극단이라는 것만은 말해두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는 최근 한 평론가와 ‘낭만주의적 예술관’에 대해 논쟁을 벌여 왔으며 최씨의 죽음까지 토론의 쟁점이 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등 심적인 고통을 받았다. 김씨는 글에서 "제가 생각이 짧고 성격이 비뚤어져 이런 난리를 초래했다. 저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수많은 블로그 포스트댓글, 트윗들은 다 이유가 있다"며 "블로그를 닫고 트위터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