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글로벌 자금시장 板도 흔들

2011. 3. 17. 09:0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채권 들썩… 원자재 털썩

日 대지진… 글로벌 자금시장 板도 흔들

돈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3·11 일본 대지진으로 세계 투자자금의 흐름에 '지진효과'가 일고 있다.

불안 심리가 증폭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빠져나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스위스프랑이 사상 최고치까지 오른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스위스프랑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조치로 달러 약세론이 힘을 얻으면서 새롭게 안전자산으로 부각됐다.

가장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은 오히려 하락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주가 급락으로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일단 급전(急錢)을 마련하기 위해 금을 팔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금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이런 현상은 16일은 다소 주춤해졌다. 주가 폭락 시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스마트 머니'가 전날 폭락했던 증시로 기회를 찾아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의 대이동이 멈출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핵심적인 변수는 물론 원전 문제를 비롯한 일본의 불확실성이다.

◆자금의 흐름이 바뀐다

①안전자산 선호 현상… 주식 대신 채권

15일 일본 증시가 장중 한때 14%까지 폭락하고 인근 아시아 증시들도 급락하는 동안 채권시장은 남몰래 웃었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채권 금리가 대부분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던 것.

한국에선 15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07%포인트 하락했고, 뒤이어 열린 미국시장에서도 중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내렸다. 일본계 자금의 이탈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더 커 채권가격이 올랐던 것이다.

16일 한국 자금시장에서 채권가격은 '지나치게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며 다소 떨어졌지만, 아직도 일본 지진 이전보다는 높은 상태다.

원자재시장 지각변동… 석유 대신 석탄

글로벌 경기 회복과 중동·북아프리카 정정 불안으로 급등하던 유가는 이번 지진으로 한풀 꺾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15일 4.01달러 내린 97.18달러를 기록, 이달 1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일본의 정유시설 상당수가 지진에 파괴되면서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 회복이 불투명해지면서비철금속과 구리, 알루미늄 등의 금속재도 내리기 시작했다. 지진 이후 사흘간 2%대 안팎의 하락세다.

반면 원전 폭발에 대체 에너지로 부각된 천연가스와 석탄 등은 오르기 시작했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이 부각되자 다른 가용자원이 부각되고 있는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석탄은 현재 유럽 선물시장에서 2008년 10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화폐에도 '안전' 바람…엔·스위스프랑 강세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외환시장에서도 이슈다. 당장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진 전날인 10일 1121원에서 15일에는 1134원까지 올랐다(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16일 다시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1130원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위스프랑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스위스프랑은 15일 달러당 0.9222스위스프랑을 기록, 유례없는 강세를 기록 중이다. 미국 달러는 물론 이번 대지진의 당사국인 일본 엔화까지 동반 상승한 것도 예전엔 보기 힘든 현상이다. '어려울 때 믿을 건 그래도 너'라는 인식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