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4. 09:06ㆍ이슈 뉴스스크랩
약값(복제약) 80%가 마진… 값 5%만 줄이면 건보적자(올해 약 5000억원) 메워
성분 똑같은데 값은 최고 11.7배 차이… 국민 주머니 터는 '약값 거품'
제약사, 가격경쟁 대신 병원 상대로 로비 열올려… 리베이트에 엄청난 돈 써
조선일보 | 정철환 기자 | 입력 2011.04.04 03:10 | 수정 2011.04.04 06:31
위궤양 치료제로 쓰이는 C제약의 '파모티딘' 1정 가격은 30원이다. 그런데 똑같은 성분(파모티딘 20㎎)이지만 W제약의 '아모틴정'은 244원, D제약에서 만들어 파는 '가스터정'은 352원이다. 최고 11.7배나 비싸다. 이렇게 가격 차이가 큰 데도 약국에서는 싼 약보다 비싼 약이 더 많이 팔린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파모티딘 20㎎ 제제의 평균 가격은 170원으로 최저가의 5.7배에 달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성분의 약값이 천차만별이고, 일부는 정상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약을 사 쓰고 있는 것이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약값 인하 방안을 다음달에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실질 약값은 스웨덴 의 두 배, 프랑스 의 1.3배, 일본 의 1.2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왜 이렇게 약값에 거품이 끼어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정부가 약값 수준을 사실상 정해주면서 높게 책정해 왔으며, 약의 선택권이 의사에게 집중되면서 제약사 간에 가격인하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라고 말한다.
◆ 80%에 육박하는 복제약 마진
현재 우리나라의 약값은 시장 경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동일한 성분과 효과를 보이는 수십여종의 약을 가장 먼저 개발된 신약(오리지널약)의 가격을 기준으로 해 정부가 복제약들의 판매 상한가(上限價)를 각 제약회사와 협상해 정하고 있다. 오리지널 약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제약 산업 보호를 위해 복제약을 빨리 출시할 수록 높은 가격을 인정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써왔는데, 막대한 연구개발(R & D) 비용이 드는 오리지널약에 비해 훨씬 저렴해야할 복제약의 판매가격이 높아 건보재정을 악화하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려온 것이다.
한 중견제약사 직원은 "약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재 국내 복제약의 평균 가격은 오리지날약 가격의 70~80% 수준에 달한다"면서 "업계에서는 복제약의 평균 마진(병원·약국 공급가에서 생산원가를 뺀 것)을 80%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이렇게 마진이 높으면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부 제약사들은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의사를 대상으로 한 '로비 경쟁'을 벌여왔다. 의약품의 선택권이 소비자(환자)에게 있지 않고 약을 처방하는 의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영업 사원은 "병원·의사를 대상으로한 영업비 명목으로 전달 매출의 최소 20%를 (회사로부터 받아)카드나 현금을 쓰고 있다"고 했다.
KDI (한국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제약업계 평균 영업이익율은 10%대다. 그만큼 많은 돈이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로 지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간호학과)는 "정부가 복제약의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높은 마진을 보장해 준 것은 이윤을 연구 개발에 투자해 제약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높은 약가가 리베이트 비용만 대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약값을 5%만 줄여도 올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건보재정 적자를 메울 수 있다.
◆ 약값에 시장 경쟁 도입해야
높은 복제약값 덕분에 생산시설과 영업망만 갖추면 채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보니 중소 제약사들이 난립하는 실정이다. KDI 윤희숙 박사는 "완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사 240개 중 매출 상위 100개 업체의 생산 실적이 전체의 93.5%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나머지 140개사는 영세한 수준을 면치 못 하고 있지만, 제약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국에서는 가격 경쟁 요소를 도입해 약값을 낮추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두고 있다. 1989년 독일 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 덴마크 ,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참조 가격제'를 실시해 왔다. 동일 성분, 동일 효능의 약품들에 대해서는 최저가격 혹은 평균가격(참조가격)만 보험에서 지급하고, 참조가격보다 비싼 약을 쓸 때는 그 차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약효가 같은데 굳이 비싼 약을 쓰려 하지 않는 소비자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에 제약사 간에 가격 인하 경쟁이 생기고, 의사도 비싼 약을 처방하기 힘들어진다.
☞복제약 값 산정 방식
2007년부터 오리지널약(제약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의 특허 만료 이후 가장 먼저 나온 복제약부터 5번째의 복제약까지는 오리지널약 가격의 68%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하고 있다. 6번째 이후로 나오는 복제약은 이보다 10% 낮은 가격을 매기도록 했다. 2007년 이전에는 1~5번째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 값의 80~90%까지 가격을 인정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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