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등록금, 부모님께 죄송… 희망이 안 보여요”

2011. 4. 4. 08:59이슈 뉴스스크랩

“미친 등록금, 부모님께 죄송… 희망이 안 보여요”

대학로에 모인 대학생들의 외침

경향신문 | 임아영 기자 | 입력 2011.04.03 22:05 | 수정 2011.04.03 22:28

 

"반값 공약 지켜라"

지난 2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4·2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제가 1학기에 530만원 정도를 냈고, 누나 등록금까지 합하면 1000만원이에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죠. 고등학교 때 비해 10배 넘는 돈을 내는데, 얼마나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비싼 등록금 내고 비정규직이 되면 어떡하나요. '이렇게 공부해서 먹고나 살까'라는 걱정 때문에 희망이 안 느껴져요."(경원대 토목공학과 3학년 김보성씨)

"자연과학부는 실험·실습비라고 해서 70만원을 더 냅니다. 그런데 실험이 없는 수학과도 이 돈을 내요. 이상하지 않나요? 학생들이 삭발을 해도 학교에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걸 보며 정말 슬펐어요. 내년 총선·대선 때는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는 사람을 뽑을 겁니다."(덕성여대 정보통계학과 2학년 최희원씨)

2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선 대학생 3000여명(경찰 추산 1000여명)이 모여 '4·2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를 열었다. 등록금대책을위한 시민단체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주최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는 바꾸자"는 구호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에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등록금 투쟁 과정에서 '삭발투쟁'을 했던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지난달 24일부터 서강대·덕성여대·숭실대·고려대 등에서 잇따라 과도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총회가 성사되고 있다"며 "등록금 문제는 이제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 문제가 된 만큼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에게 '등록금 문제를 위해 삭발하려고 하는데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학생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삭발 가지고 되겠느냐. 단식이나 분신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학생들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지만 한편으로 학생들이 '더 이상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절규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반값 등록금이 실현될 때까지 100만명과 '프리 허그'를 하겠다는 이모씨(23)는 이날 집회에서도 학생들과 포옹을 했다. 그는 "등록금 때문에 '알바'를 하면서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일반)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훈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투표용지가 총보다 강하다. 대학생의 투표율이 80%가 된다면 반값 등록금은 물론 무상 등록금도 가능하다"며 대학생들의 적극적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정부가 매년 3조원의 예산만 써도 소득 하위 10% 가정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고, 하위 30%까지는 등록금의 4분의 1, 60%까지는 절반의 등록금만 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 동대문역 로터리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으나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앞서 경찰은 등록금넷의 집회신고를 3번이나 반려했다가 4번째에야 받아들였다. 등록금넷은 5월28~29일에도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 중심으로 집회를 열 계획이다.

< 임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