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6. 09:00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우린 투명 친구" 메신저 소통인구 3300만명
네이트온·카카오톡 이용 늘며 1인당 수십명씩 교류
아이디 해킹해 친구인 것처럼 돈 빌려 가로채는 범죄 늘어
조선일보 | 수원 | 입력 2011.04.26 03:15 | 수정 2011.04.26 04:52
서울 양재동의 한 건설사 직원 조모(33)씨는 동갑내기 거래처 남자 직원과 매일 인터넷 메신저로 우정을 쌓고 있다. 둘은 1년 전 업무상 전화로 알게 돼 얼굴(사진)만 본 사이로, 만난 적은 없다. 조씨는 메신저로 친교를 맺고 있는 이가 20명쯤 되고, 웬만한 친척·동창보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 [조선일보]
'투명친구'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다. 투명친구란 영화 '후아유'(2002년 개봉)에서 여주인공( 이나영 )이 인터넷 채팅으로만 소통하는 상대( 조승우 )를 지칭하면서 등장한 용어로, 만난 적이 없거나 한두 번 만나 얼굴만 익힌 뒤 메신저로 관계를 이어가는 상대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친구' 개념 파괴, '넓지만 얕은 관계'로의 변화로 이 현상을 풀이하고 있다.
투명친구 확장의 단초는 '기술진보'에 있다. 인터넷 MSN·네이트온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으로 대화 가능한 '카카오톡'이 보편화되면서 투명 친구와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C용 메신저 국내 가입자 1위인 네이트온 회원은 3300만명이고 월 1회 이상 이용자는 1500만명에 이른다. 이용자의 72%는 30대 이하다.
카카오톡 가입자는 최근 10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톡의 경우 가입자 1인당 등록 친구수가 50명으로 하루 2억건의 메시지가 오간다. 네이트온은 1인당 등록 친구수는 101명이고 1인당 하루 이용시간은 평균 48분이다. 친구와의 '진짜 대화(만남·통화)'가 소홀해질 만큼 투명친구 간 교신이 활발해진 것이다.
경기도 이천시 택배물류센터 직원 박정화(26)씨는 출근 직후 서울 본사 직원 서모(23)씨와 사내(社內) 메신저로 얘기를 나눈다. 지난 1월 만나 인사만 나눈 사이지만 둘 모두 "3개월 동안 메신저로 친분을 쌓아 연락이 뜸하면 허전하다"고 말한다. 박씨는 "올초 입사한 서씨가 메신저로 직장생활의 애로를 털어놓곤 하는데 후배라기보다 가장 친한 친구로 여긴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희성(32)씨는 대학 졸업 후 5년간 보지 못한 친구와 주 2~3번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그는 "오랫동안 못 만났어도 메신저로 서로 연결돼 있어 언제든 곁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명친구의 확산에 따라 부작용도 늘고 있다. 메신저 아이디를 해킹해 돈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대표적이다. 지난 4일 다른 사람의 메신저 아이디를 도용해 현금을 송금받은 최모(30)씨 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해킹으로 알아낸 메신저에 접속해 서모(25)씨 등 30여명에게 친구인 것처럼 속이고 "인터넷 뱅킹이 안 되니 우선 돈을 빌려달라"고 말을 건네 모두 1억5000만원을 송금받아 챙겼다. 오랫동안 메신저로만 대화를 나눈 투명친구들은 이런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09년부터 지난 2월까지 메신저 아이디를 도용해 돈을 가로챈 경우가 6897건, 재산 피해는 140여억원인 것으로 경찰은 집계하고 있다.
투명친구의 출현은 온라인 의사소통이 익숙해진 데다 친구 개념이 바뀐 것에서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전의 친구는 자신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한두 사람을 뜻했지만 지금 젊은세대는 구체적인 특정 욕구만 충족할수 있는 사람까지 포함시켜 수십 명을 친구로 여긴다"며 "친구가 많아져 의사소통할 곳이 크게 늘어난 대신 속내를 주고받을 친밀감은 옅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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