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17兆 시장 과점 깨지나

2011. 5. 17. 08:53분야별 성공 스토리

유리기판 17兆 시장 과점 깨지나

코닝社, 세계 시장의 47% 장악
美코닝 등 4개社가 分占, LG화학이 도전장… 내달 파주공장 시험 가동, 2018년까지 7개 라인 건설

단 4개의 회사가 17조원 시장을 나눠 먹는 독과점(獨寡占) 체제가 깨질 수 있을까? LCD(액정표시장치)용 유리기판 얘기다. 이 시장은 미국 코닝(Corning·삼성코닝정밀소재 포함), 일본의 아사히글라스(AGC), 일본전기초자(NEG), 아반스트레이트 4개 회사가 나눠 갖고 있다.

여기에 LG화학이 도전장을 내며 뛰어들었다. LG화학은 다음 달부터 파주월롱산업단지에서 LCD용 유리기판 공장의 시험가동을 시작하고 연말 첫 양산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오는 2018년까지 7개 라인 건설에 3조원을 투입한다.

LCD용 유리기판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TV·모니터·휴대폰·노트북 화면을 구성하는 특수유리다. LCD 패널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전 세계 시장규모는 17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시장은 LCD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2000년대 들어 단 4개의 유리기판 업체에 의해 '10년 독과점 체제'를 유지해 왔다.

독과점 체제의 힘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들 회사는 모두 25~65%의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가장 성적이 좋은 삼성코닝정밀소재의 경우 작년 매출 5조4994억원에 영업이익 3조5652억원을 거뒀다. 64.8%의 영업이익률이다. 삼성코닝정밀은 지난 1995년 세워진 미국 코닝(49.4%)과 삼성전자(42.6%)의 합작사다. 미국 코닝은 삼성코닝정밀소재의 매출을 합쳐 세계 시장 점유율 47%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의 전자부문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조차도 LCD 패널 제작을 위해 삼성코닝정밀소재로부터 유리기판을 사올 정도다.

새 시장 진입자가 없는 이유는 미국 코닝과 아사히글라스 등 미국과 일본 업체가 LCD 유리기판의 원천특허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비를 지불하고 공장을 세우려면 조(兆) 단위 돈이 들어서 전 세계 나머지 회사들은 과점시장을 지켜봐야 했다. 수많은 독일·대만 업체들이 상용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LG화학이 이 시장을 뚫기 위해 내놓은 방법은 지난 2009년 독일의 특수유리 제조사인 쇼트(Schott)사의 유리기판 원천 기술을 사오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코닝·아사히글라스와 별도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유리기판의 대량 생산에 실패하면서 기술을 넘길 회사를 찾고 있었다.

LG화학이 유리기판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독과점 체제를 무너뜨리며 단번에 유리기판 강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LG그룹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LCD 시장의 세계 1위 기업으로, 작년에만 4조원어치의 유리기판을 구입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을 LG화학에서 구입하면 LG화학은 시장점유율 10%대를 차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과점 업체들 간 가격 경쟁이 벌어지게 돼 유리기판 가격이 내려가고 지금과 같은 높은 영업이익률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LG화학이 선두기업과 비슷한 수율(제대로 된 제품 비율)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유리기판을 양산할 수 있을지 여부다. LG화학은 “LCD 패널에 들어가는 또 다른 핵심소재인 편광판 시장에서도 일본 기업들로 구성된 과점체제를 깰 수 없다고 했지만 결국 시장 주류로 올라섰다”고 반박한다. 편광판은 유리기판 위에 붙이는 얇은 필름으로 LCD 액정을 투과한 빛을 조절하는 두께 0.3㎜의 초박막 특수필름이다. LG화학은 2000년 독자기술로 시장에 진입한 뒤 2006년 일본 스미토모화학을 끌어내리고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09년 니토덴코를 제치고 세계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파주의 한 LCD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이 유리기판 운송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화학 조갑호 상무는 “편광판에 이어 유리기판의 상용화에도 성공한다면 완제품 시장에서만 강하고 부품소재에서 뒤떨어진다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기판

TV·휴대폰·모니터 등 LC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특수유리를 말한다. 유리기판 사이에 액정이 주입돼 하나의 LCD 패널을 구성한다. 유리기판은 한 치의 오차 없이 평평해야 하고 열에 의한 변형이 없어야 하는 등 기술적 난도가 높아 진입 장벽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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