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고시촌서 `주먹밥`으로 대박

2011. 5. 19. 20:48분야별 성공 스토리

노량진 고시촌서 `주먹밥`으로 대박
허름한 3평 가게서 월 매출 1500만원
기사입력 2011.05.19 13:40:42 | 최종수정 2011.05.19 15:50:33

대학 입시와 공무원시험 학원이 밀집해 있는 노량진 학원가.

식당과 포장마차가 즐비해 있는 한 골목에 허름한 가게 하나가 3평 규모로 조그맣게 들어서 있다. 무심코 걸어가면 간판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매장이지만 이 일대에서는 대표적인 대박집으로 통하는 곳. 월 매출 1500만원, 연간으로는 1억8000만원을 벌어들인다. 이 곳의 대박 아이템은 다름아닌 1500원, 1700원짜리 주먹밥이다.

`주먹밥 이야기`를 운영하는 김정구 사장(37·사진 가운데)은 "고객의 80~90%는 단골고객으로 수험생과 공무원 준비생이 대부분"이라며 "인근에 대형학원 건물 대신 세무서가 들어서면서 주먹밥 매출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하루에 400개 정도는 꾸준히 팔리는 편"이라며 말했다.

지난 2006년 이 일대 최초로 주먹밥집을 열던 당시에는 하루에 쌀 1포로도 모자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람 2~3명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서 월 2500~3000만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인근 학원가에 따로 마케팅 활동은 하고 있지 않지만 주변 상가주민이나 수험생들을 통해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 "노량진도 어려운데…손해봐도 정직하게 할 것"

김 사장은 "사실 1000원대 주먹밥 장사가 그리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닌 만큼 재료비를 최대한 아껴 마진을 높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런 욕심을 버리고 질 좋은 재료들로 주먹밥을 만들어 차별화한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산 재료는 물론 가격이 비싸도 질 좋은 재료를 이용하고자 한다. 흑미나 찹쌀을 이용하는 한편 마른 김 대신 올리브유로 볶은 자반으로 주먹밥을 만든다. 자반을 마른 김으로만 바꿔도 한 달 100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또 요리 직원을 따로 고용해 주먹밥 재료를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다. 손두부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고구마 등 각종 재료들도 직접 삶고 으깬다. 재료의 80%는 직접 손으로 만들고 있다.

김 사장은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무작정 많이 만들어 놓지는 않는다"며 "매일 그래프로 주먹밥 판매현황을 체크해 그날 판매될 수 있는 양만큼만 만든다"고 말했다. 저녁 시간쯤이면 일부 주먹밥은 재료가 모자라 판매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리하게 여분의 재료를 마련해 그냥 버리거나 다음날 다시 판매하느니, 당장의 매출 감소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 때문에 오히려 고객들이 다른 주먹밥을 먹어보기도 하고 일부러 더 일찍 오기도 한다"며 "당장 매상에는 손해일 수 있지만 앞으로도 이 원칙을 계속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우연히 고객으로 갔다가 사장으로…

사실 김 사장이 이 가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자본 창업에 관심있었던 그는 전국 방방공곡을 돌아다니며 규모는 작으면서도 잘 되는 맛집들을 찾아다녔다. 인기있는 집들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사람들이 오면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준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그는 찾아냈다. 이런 가운데 우연히 노량진 이 가게에 들러 주먹밥을 먹게 됐다.

김 사장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정직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생각해 왔던 사업 철학과 이 가게 운영방식이 유사하다고 생각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가게 직원으로 들어간 그는 전 사장과 함께 사업을 확장해 나가다가 지난 2009년 말 전 사장이 떠나면서 이 가게를 전격 인수했다. 이후 스탭핫도그와 락앤락 가맹사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고등학교 친구 고성우씨(37·사진 오른쪽)와 함께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내달 이들은 노량진 뿐만 아니라 강남 오피스로 사업을 확장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배달 서비스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재 시장조사 마무리 단계 중"이라며 "강남을 중심으로 종로, 여의도 등 오피스 밀집지역에 진출해 100만명의 오피스 직원에게 우리의 주먹밥을 배달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먹밥 이야기`를 토대로 다양한 음식 브랜드를 통합해 새로운 외식 브랜드 하나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기존의 분식집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도 패밀리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한 레스토랑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이런 업체가 거의 없더라고요. 앞으로 패스드푸드보다는 슬로우푸드 음식을 해보고 싶습니다. 다소 느리더라도 손수 요리한 손맛을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이런 음식점 말이죠."

[정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