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음식 냉면 한 그릇 1만원씩이나…

2011. 6. 17. 09:05이슈 뉴스스크랩

서민음식 냉면 한 그릇 1만원씩이나… ‘하의 실종’ 유행에 옷 선택권도 실종

무더위 더 짜증나게 하는 상술

경향신문 | 류인하·주영재 기자 | 입력 2011.06.17 03:07

 

16일 서울의 낮 기온은 32도까지 치솟았다. 때 이른 초여름 더위가 며칠째 계속되면서 여름 별미인 냉면집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에 냉면집을 찾은 직장인들이 가격표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회사원 강모씨(35)는 동료 3명과 서울 서초동의 ㅅ냉면집을 찾았다가 가격표를 한참 쳐다봤다. 냉면이 7000원인데다 사리(3000원)를 추가하니 한 그릇에 1만원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아무리 물가가 올랐어도 냉면 한 그릇에 1만원이라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이젠 냉면 먹으러 가자는 말도 함부로 하면 안될 것 같다"고 했다.

냉면 한 그릇에 1만원이라고 쓰인 서울 중구 ㅍ면옥 메뉴판.서울 중구의 ㅍ면옥은 지난 4월 냉면 값을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사리 값도 7000원에 이른다. 웬만큼 먹성 좋은 남성은 냉면 한 끼 먹는 데 1만70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중구의 또 다른 ㅍ면옥의 경우 지난 3월 물냉면 값을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렸다. 사리(6000원)를 추가하면 1만5000원이다. 16일 이 면옥을 찾은 직장인 박모씨(42)는 "이름 값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하나의 여름철 별미인 콩국수 역시 더 이상 서민음식이라 부르기 어렵다. 서소문동 ㅈ회관의 콩국수는 최근 9500원으로 올랐다. 콩값이 비싸졌다는 게 인상 이유다. 냉면집이든 콩국수집이든 업주들은 "전분, 채소, 고기 값이 모두 20%가량 올랐기 때문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지난 15일 조사한 물가지표에 따르면 육수에 필요한 한우 도매시장 경락가는 ㎏당 1만64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떨어졌다. 대파도 ㎏당 3340원으로 물가가 한창 치솟던 올 2월에 비해 74%나 떨어졌다. 감자와 양파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 45%씩 내렸다.

때 이른 더위에 짜증을 더하는 것은 냉면 값뿐만이 아니다. 의류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하의 실종 패션'이 유행하면서 여성들은 사실상 옷에 대한 선택권을 잃어버렸다. 지난 주말 반바지를 사려고 백화점을 찾은 대학원생 경모씨(27)는 매장을 열심히 둘러봤지만 결국 한 벌도 사지 못했다. 판매되는 반바지들이 지나치게 짧았기 때문이다. "좀 더 긴 것은 없냐"고 묻자 종업원은 "요즘에는 그런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짧다고 생각되면 바짓단을 뜯어서 입으시라"고 했다. 경씨는 "하의 실종 패션이 대세라지만, 모두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거나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의류업체들이 너무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박선희 이화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지난해 선보인 2011년도 s/s(봄여름) 트렌드가 짧은 하의와 긴 상의였다"며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트렌드를 좇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약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류인하·주영재 기자 acha@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