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수출 대국…‘기술 대외종속’ 여전

2011. 6. 17. 09:30이슈 뉴스스크랩

[단독] 세계 7대 수출 대국…‘기술 대외종속’ 여전<세계일보>
  • 입력 2011.06.17 (금) 00:00, 수정 2011.06.17 (금) 02:11
수출 많을수록 지급액 늘어…특허침해 피소, 제소의 3배
  • 한국 기업이 지난해 특허권 사용료로 외국 기업에 지불한 돈이 9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7년여 동안 한국 기업이 특허 침해로 피소한 건수가 제소한 건수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수출 세계 7위, 교역 규모 세계 9위(지난해 기준)의 무역강국이면서도 기업들이 여전히 핵심 기술을 외국에서 빌려 쓰는 ‘대외 기술종속’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한국은행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이 특허기술, 상표, 지식재산권 등을 사용하는 대가로 외국 기업에 낸 특허권 사용료는 89억6460만달러인데 특허권 수입은 31억4580만달러에 그쳐 58억188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2009년 적자 규모(39억8850만달러)와 견줘 1년 새 46%(18억3030만달러)나 확대됐다.

    이 같은 적자폭은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282억1000만달러)의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허권 사용료 지출액이 경상수지 흑자를 갉아먹는 주 요인인 셈이다. 올 들어서도 4월까지 특허권 사용료로 23억9720만달러를 지출했다. 특허권 사용료 수지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1년부터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특허권 사용료 지급이 늘어나는 것은 수출이 호황을 이어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는 외국 특허 의존도가 높은 정보기술(IT) 산업의 수출 비중이 커 수출이 늘수록 특허 사용료를 많이 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특허권 확보가 절실한 과제다.

    2004년부터 올 3월 말까지 발생한 해외 기업과 한국 기업 간 특허소송은 611건이었다. 이 중 한국 기업 피소 건수가 460건으로 제소 건수(151건)의 3배를 웃돌았다. 피소 건수는 2004년 28건에서 2010년 92건으로 껑충 뛰었지만 제소 건수는 같은 기간 13건에서 22건으로 조금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제조 활동 없이 오로지 특허만을 매집·투자한 뒤 제조업체에 거액의 특허료를 요구하는 ‘특허 괴물(Patent Troll·특허전문관리회사)’까지 등장해 정보기술 및 가전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공격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의 반특허단체 ‘패턴트 프리덤’ 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특허괴물로부터 소송을 당한 글로벌 기업 중 삼성이 51건으로 7위에 올라 있고 LG도 46건으로 9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