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소비자가 없앤 지 1년..무엇이 달라졌나

2011. 6. 28. 09:29이슈 뉴스스크랩

권장소비자가 없앤 지 1년..무엇이 달라졌나

파이낸셜뉴스 | 입력 2011.06.27 17:04

 

과자·라면·아이스크림·의류에 표시했던 권장 소비자가격이 사라진 지 오는 7월 1일로 1년째다. 그럼 최종 판매업체가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가공식품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 제도가 시행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소비자들은 '기준 가격'이 모호해 가격 판단의 잣대가 사라졌다고 불만이다. 제조업체들은 전체 매출의 30%선을 차지하는 대형 유통업체의 배만 불렸다고 볼멘 소리를 낸다.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의 가격 인상 화살을 판매업체에 돌린다고 반격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가공식품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평가한다. 경쟁을 통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려던 의도가 사실상 사라진 만큼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까지 있다.

■소비자 혼란만 부추겼다

제품 포장에 권장 소비자가격이 사라진 이후 소비자들은 동네 슈퍼마켓에 가도 과자·라면·아이스크림 가격을 알 수 없다. 주인이 계산하고 불러 주는 것이 전부다. 과자 하나를 더 싸게 사기 위해 여러 슈퍼마켓을 돌아 다닐 수도 없다.

경기도 일산의 박모씨(38)는 27일 "과자나 라면 포장지에 가격이 씌어 있지 않아 적정한 가격을 주고 사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한 달에 한 두 번 가는 대형마트 가격과의 비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A슈퍼에서는 700원에 판매되는 과자가 B슈퍼에서는 800원에 판매된다.

업체별 가격을 꼼꼼히 따져보고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 선택권이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다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의 본래 취지는 판매업체들의 가격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 싼 값에 가공식품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것.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물가 상승과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으로 공급가격이 오른 데다 유통마진까지 붙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생필품 가격정보 사이트인 '티프라이스(T-Price)'에 따르면 '새우깡'의 경우 지난해 7월 평균 567원(대형마트)∼800원(편의점)에 팔렸다. 하지만 6월 현재 658원(대형마트)∼900원(편의점)으로 올랐다. 지난 5월 농심이 새우깡 출고가격을 7.7% 올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통 채널별로 인상폭이 크게 뛰었다는 것.

유통업체별로 1년새 새우깡의 가격 인상률은 10.4(SSM·기업형 슈퍼마켓)∼16.0%(대형마트)로 나타났다. 오픈 프라이스 시행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만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롯데제과 '월드콘'은 한 SSM에서 1개에 1050원에서 1400원으로 33.3%, B편의점에서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됐다.

■제조사·유통업체 '네 탓' 공방

제조업체는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출고가를 올리고, 유통업체는 출고가 인상을 이유로 판매가를 올린다. 오픈 프라이스 확대 시행 이후 소비자들에게 바뀐 것은 없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 시행 이후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대형마트의 입김만 세졌다"면서 "물가상승 분을 감안해 공급가를 조금 올리면 유통회사들이 더 많은 마진을 붙여 파는 형국"이라고 했다.

일부에선 공급가 인상 자체를 반대하며 입점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 측은 "출고가격뿐만 아니라 판매가도 사실상 제조업체가 결정하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하 유도라는 취지 자체가 퇴색한 만큼 과자·라면 등 식품부문 오픈 프라이스 제도의 폐기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dpark@fnnews.com박승덕기자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제조업체가 '권장 소비자가격' 등을 생산 제품에 표시하지 못하게 하고, 유통업체(최종 판매업체)가 판매가격을 결정해 매장에서 가격을 표시하는 제도이다. 가격 경쟁을 통해 제품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7월 1일부터 의류 전 품목과 과자·라면·빙과류 등에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