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兆 쏟아부었건만… 송도의 눈물

2011. 7. 16. 08:09이슈 뉴스스크랩

27兆 쏟아부었건만… 송도의 눈물

표류하는 국가 사업 [1]
"제2의 홍콩으로" 야심찬 출발, 병원·대학·외자 유치 실패로 외국인 투자 5100억원에 그쳐… '동북아 허브의 꿈' 참담한 결과

외국의 글로벌 기업과 대형병원, 대학교를 대거 유치해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허브(hub)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지난 8년 동안 27조원(민간자본 일부 포함)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외국인 투자는 5150억원(4억8600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송도로 들어온 외국 병원과 대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외국 기업은 25개가 투자했으나 이름을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은 시스코와 DHL 등 1~2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외국 기업이 지분 10~20%를 투자한 한국 기업이다.

송도국제도시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1월 우리나라를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만들기 위해 추진한 대표적인 국가 프로젝트였다. 개발 규모만 분당신도시(600만평)의 2배가 넘는 53.3㎢(1612만평)에 달한다. 정부는 이곳에 다국적기업 본사와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적인 금융회사, IT· 바이오 등 첨단 외국 기업을 유치해 '제2의 홍콩'처럼 외국인 투자 천국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결과는 참담하다. 1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송도에 투자된 국내 자본만 27조원(2009년 말 기준)이 넘는다. 정부가 바다 매립공사와 도로·지하철 등 기반시설 건설에만 18조원을 투자했고, 민간 기업도 아파트와 업무·상업시설 등을 짓는 데 9조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송도를 외면했다. 정부는 각종 세금감면 혜택 등을 제시하며 기업 유치에 나섰지만 지난 6월 말까지 송도에 투자한 외국 기업은 25곳, 연구소(7곳)까지 포함해도 30곳을 겨우 넘는다. 이들이 국내에 직접 투자한 돈(FDI·집행액 기준)도 4억8600만달러(약 5150억원), 연평균 6800만달러에 불과했다. 변변한 글로벌 기업이 투자를 외면했기 때문에 개별 투자규모는 초라하다. 전체의 절반인 16곳은 투자액이 1000만달러에도 못 미쳤다.

외국 기업 유치에 필수적인 국제병원과 대학교는 아예 한 곳도 입주한 곳이 없다. 당초 정부는 존스홉킨스·MD앤더슨 등 세계적 병원 유치를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나마 대학교는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Stony Brook)이 내년 3월 송도캠퍼스에서 처음으로 신입생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송도가 지나치게 주거시설 개발에만 매달렸고, 병원·학교 등 외자 유치에 필수적인 시설은 관련 법 개정이 지연돼 결국 외국 기업에 외면받게 됐다고 지적한다. 대외경제연구원 정태섭 연구원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충격적일 정도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