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회의 파격’은행이 변했다
2011. 7. 30. 08:53ㆍC.E.O 경영 자료
#. 지난 20일 경기 일산 킨텍스(5-1) 우리은행 경영전략회의장. 넥타이 없는 파란 체크남방 차림의 이순우 행장이 단상에 올라섰다. 그의 손에는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레이저펜 하나만 달랑 쥐여져 있었다. 경영전략회의 시작을 기다리던 직원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어 스크린에서 사진과 영상,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달 초 이 행장이 임직원들과 다녀왔던 우리은행 국토대장정의 영상이었다. 그는 "가지 못했다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많이 배우고 왔다. 앞으로 파이팅하자"고 운을 뗐다.
프레젠테이션이 본격화되자 직원들은 그동안의 경영전략 회의를 떠올리며 "이제 복잡한 말과 머리 아픈 내용들이 이어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재미있는 영상과 그림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눈은 화면으로 빨려들었고 부드러우면서도 명료하게 내용을 설명해 나가는 이 행장의 멘트가 좌중을 압도했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홀린 듯 앉아 있는 직원들을 향해 이 행장은 갑자기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싶다"며 여직원 2명을 무대로 불러들였다. 장선영 발안지점 부지점장과 이정숙 신림로지점 창구담당 대리였다.
갑작스러운 호명에 어리둥절해 있는 그들에게 이 행장은 "기왕 나왔는데 이거라도 받아라"며 족자를 하나씩 선물했다. "선물을 풀어보라"는 이 행장의 말에 족자를 풀어 본 그들은 짧은 비명과 함께 곧바로 눈물을 쏟아냈다. 장 부지점장의 족자엔 '지점장으로 승진 발령한다', 이 대리의 족자엔 '서비스 직군을 일반직군으로 승격한다'고 씌어 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고 행사장은 감동의 물결이 가득했다"고 그날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미 지점장 인사가 끝난 직후여서 추가 인사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며 "그날 장 부지점장의 인사는 파격 그 자체였다"고 했다. 또 "서비스직군의 텔러들은 평생 창구직으로 근무해야 하는데 이날 일반직군으로 승격되는 물꼬가 트였다"고 했다. 이날 청중을 몰입시키는 프레젠테이션에다 감동적인 이벤트로 직원들의 사기를 드높인 이 행장에겐 '스티브 잡스'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오는 8월 경영전략회의를 '디너파티'로 진행할 방침이다. 행장과 임직원들 간 벽을 허물고 격의 없이 영업전략 개선점이나 애로사항을 털어놓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깜짝 손님도 참석한다. 임직원들의 배우자들을 초청한 것. 경영전략회의는 딱딱한 자리라 배우자를 초청하는 건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민 행장은 "회의를 간략하게 진행한 후 열심히 일한 임직원을 격려하고 배우자들의 내조와 외조에 감사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다"고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파티 분위기로 진행되는 자리에서 직접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경영전략에 필요한 내용을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업이 잘되려면 가정부터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 민 행장의 생각"이라며 "임직원들 간, 부부 간 함께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어 직원들 사기를 높이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maru13@fnnews.com김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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