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은 서민금융 핵심…법적 지원장치 강화"

2011. 8. 2. 08:22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신협은 서민금융 핵심…법적 지원장치 강화"
고든 브라운 前영국총리 `세계신협 콘퍼런스`서 강조
저비용 경영·M&A 통한 대형화 등 다양한 방안도 나와
기사입력 2011.08.01 17:50:08 | 최종수정 2011.08.01 20:16:02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지난달 25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세계신협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계신협콘퍼런스>

"신용협동조합은 서민금융의 핵심으로 정부가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뒷받침해 줘야 한다."

지난달 25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2011 세계신협콘퍼런스` 기조연설에 참석한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신협이 기존 금융회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서민금융을 제대로 챙겨줄 수 있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62개국에서 17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전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역할을 오히려 확대해 나가고 있는 신협의 발전 방안과 향후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브라운 전 총리는 `위기를 넘어서`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신협은 영리 목적 은행들의 견제 속에서도 금융산업에서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며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서민을 위해선 신협 조직이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세계지식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을 찾을 예정이기도 한 브라운 전 총리는 "전 세계 금융위기로 대규모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져 가는 상황 속에서도 신협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며 "상호신용이라는 이름처럼 조합원이 위기 속에서 서로를 굳건하게 믿고 협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협은 우리 미래의 금융시스템 중 하나로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며 "모바일뱅킹을 비롯한 IT 발전에 따른 환경 변화에 대처해 나가면서도 일대일 접촉을 통한 세밀한 서비스가 신협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익도 자선도 아닌 (서민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위해 존재한다는 신협의 신조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운 전 총리는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신협들이 효과적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정부에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계신협콘퍼런스에서는 신협을 통한 저개발국 지원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번 총회에서 세계신협협의회(WOCCU) 신임 대표로 선임된 브라이언 브랜치는 "신협의 협력 모형은 모든 국가의 모든 문화에 적합하다는 것이 올해 출범 40주년을 맞은 WOCCU의 평가"라며 "현장 밀착형 소액 예금과 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신협 모형은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금융회사들의 도전에 맞서 신협도 특유의 저비용 구조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브랜치 신임 대표는 "신협의 금융서비스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이면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차별할 필요가 있다"며 "효율성과 기술력을 제고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 신협의 성공 사례를 제시했다. 멕시코에서는 신협 직원들이 소규모 트럭을 몰고 고객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휴대정보단말기(PDA)를 이용해 현장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조합원의 충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아울러 신협 특유의 모형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영국 사례에서 보듯이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신협 조직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모아졌다. 이외에 서민금융을 다루고 있는 신협 특성상 기초적인 금융교육 서비스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피터 투파노 옥스퍼드대 경영대 학장은 "금융교육은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신협의 경우는 현장에서 서민을 많이 만나는 만큼 금융교육을 재미있게 해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래스고 = 송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