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2. 09:13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연이은 폭우로 일자리 얻기 힘들어
건설 현장 일용직 인력, 매일 TV보며 허송세월… 퀵서비스·노점상도 비슷 "비의 양과 매출이 반비례"
10일 오전 6시. 서울 영등포 6가동의 허름한 상가 밀집지역에 자리 잡은 동부인력사무소 유리창에 비가 한두 방울씩 맺혔다. 사무실 소파에는 건설 현장 일용직 일자리를 찾아 새벽부터 기다리던 40~50대 남성 15명이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다.
"거참, 질기게 내리네. 노가다 12년인데 올해 같은 해가 없었어. 눈만 뜨면 비가 쏟아지니…."
사무실 밖 하늘과 시계를 번갈아 쳐다보던 최모(51)씨는 "6월부터 일주일에 이틀 이상 일을 한 기억이 없다"며 짜증스러운 듯 담배를 꺼내 물었다. 최씨는 이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이날 사무실에 들른 20명의 인부들 가운데 5명만 자리를 구했다. 장마, 집중 폭우, 태풍까지 이름만 다른 비가 꼬리를 물면서 하루 벌어 하루를 버티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와 노점상, 퀵서비스 종사자, 구두수선공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 22일 이후 서울에선 50일 중 무려 37일간 비가 내렸다.
건설인력 시장의 분위기는 초상집이나 다름없다. 비가 오는 날엔 인력사무소로 들어오는 일자리가 실내 인테리어 작업 1~2명에 불과하다. 일용직 근로자 이모(65)씨는 "비 오는 날엔 새벽 3시부터 인력사무소 앞에 인부들이 줄을 서고, 일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움도 벌어진다"며 "다들 두 달 넘게 공치다 보니 인심이 팍팍해졌다"고 말했다.
- ▲ 6월 말부터 질릴 정도로 쏟아진 비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10일 오전 6시 서울 영등포구‘동부인력사무소’에 일자리를 구하러 나온 노동자들이 일을 기다리며 TV를 보고 있다. /한상혁 기자 hsangh@chosun.com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한 지하철 공사장에서 만난 인부 김모(44)씨는 지난달 충북 청주에서 동료 3명과 함께 일거리를 찾아 상경했다. 그는 매일 새벽 인력시장을 맴돌았지만, 동료들과 여관방 신세만 지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한다. 최근 5주 동안 겨우 7일을 일했다.
"꼼짝없이 노숙자 될 일만 남았지요. 노가다판에 내 한 몸뚱이 받아주는 곳 없을까 싶었는데, 이젠 여관비도 못 내겠어요. 4살, 7살 된 아이들이 눈앞에 어른거리는데, 미안해서 집에 전화 한 통 못하겠네요."
퀵서비스 업체들은 폭우에 휴가철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는다. 강남 신사동의 한 퀵서비스 센터는 하루 평균 150건에 달하던 퀵서비스 전화가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직원 김모(38)씨는 "지난 한 달 동안 전화 건수가 하루 두 자리를 넘은 날이 거의 없다"며 "폭우에다 휴가철이 겹치면서 고정 고객 외에는 접수문의를 않는다"고 했다. 퀵서비스 직원들도 아예 출근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대부분 일용직인 이들도 하늘만 원망하는 처지다.
구둣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태풍 무이파가 지나가던 지난 8일 청계천, 명동, 시청 일대 컨테이너 구둣방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이 일대 구둣방은 하루 평균 30여명의 손님이 다녀갈 정도로 목이 좋다. 그러나 비가 올 때면 아무도 구두를 닦지 않는다. 시청 인근에 문을 연 김모(63)씨의 구둣방엔 하루종일 손님이 단 2명이었다. 2명 모두 구두 굽을 갈러 왔다고 했다. 김씨는 "구두닦이에게 비 오는 날은 완전히 공치는 날"이라고 했다.
노점상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물건이 비에 젖어 팔기도 어렵고, 서서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줄어든다. 인사동의 한 노점상은 "비의 양과 매출이 딱 거꾸로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12일, 13일 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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