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은 어디에도 없다” … 외로운 자영업자

2011. 8. 14. 09:27이슈 뉴스스크랩

“내 편은 어디에도 없다” … 외로운 자영업자

2011-08-12 오후 1:26:46 게재

기대했던 MB "노무현보다 배려 안해줘" … "자영업자 대변 정당 있다" 8.5% 불과
③ 변화하는 자영업자 - 보수의 벽을 넘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10년 넘게 건강식품 대리점을 운영해 온 정진영(가명·51)씨는 요즘 상심이 깊어져 담배만 늘었다. 경기가 부쩍 나빠지자 고객들이 생활필수품이 아닌 건강식품을 먼저 줄이고 나선 것.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화가 나다보니 '보험차원'에서 인연을 맺어두었던 정치인들과도 발길을 끊게 됐다. 지방의원들이라도 알아두면 사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사교 모임을 찾곤 했는데, 사는 게 힘들어지다보니 괜한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홍보전단지를 돌릴 때 빼곤 사무실 밖을 잘 나가지도 않는다.

500만 자영업자들이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철썩같이 믿었던 이명박정부에 실망감을 느낀 뒤엔 더욱 심해졌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정당은 아예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외로움은 향후 정치지형과 선거에서 변화를 예고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정부보다 배려 약해져" 46.7% = 자영업자들은 2007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8.2%가 지지를 보냈다. 정동영 후보(15.2%)를 압도하는 수치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얘기다. 노동조합처럼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줄 단체를 갖지 못한 그들로선 경제성장을 약속한 이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는 것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안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믿었던 이 대통령이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정부(노무현정부)와 비교해서,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어떤가'라고 묻자, 46.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긍정적인 평가는 9.9%에 그쳤다. 비슷하다는 응답이 43.3%였다.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라고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사업경기가 나빠졌다고 평가한 자영업자 중에선 부정적 평가가 더욱 높아져 53.5%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은 이명박정부가 과거 정부에 비해 '공무원의 행정규제나 간섭' '사업체 운영의 세금부담' '공무원의 부패정도'에서도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사업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보는것이다.

이 대통령에 대해 전폭적 지지를 보냈던 과거 사실과 대비되는 이같은 답변은 자영업자들이 느낄 배신의 강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일반국민보다 '정치적 소외감' 극심 = 이명박정부에 실망한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정당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는 답이 무려 91.5%였다. '있다'는 답은 8.5%에 그쳤다. 30대(7.1%) 농임어업 종사자(4.6%) 건설업 종사자(5.3%) 월소득 250∼350만원(5.5%)에선 바닥권이었다.

일반국민과 비교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치였다. 지난해 3월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일반국민 1217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는 답은 20.8%였다. 자영업자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자영업자의 '정치적 소외감'이 상당한 수준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는 "노동자 등 조직화가 가능한 계층은 아무래도 (정부나 정당으로부터) 정책적 배려를 받기 쉽지만, (조직화가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현실적인 요구를 해도 어느 정당도 이를 해결해주려고 쉽사리 나서질 않는다"며 "자신들을 잊혀진 대상, 소외된 대상으로 생각보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별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