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컴퓨터 나온다

2011. 8. 20. 09:14세계 아이디어 상품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컴퓨터 나온다

IBM, 우뇌 기능 겸비… 혁신적 컴퓨터 칩 개발

조선일보 | 뉴욕 | 입력 2011.08.20 03:33 | 수정 2011.08.20 06:32

 

컴퓨터는 수백조 단위의 계산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척척 해내지만 사람 얼굴을 알아보는 실력은 형편없다. 같은 사람이 박장대소하는 사진과 인상 쓴 사진 2장을 보여주면 이를 다른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신호등의 색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차를 멈추거나 출발하도록 컴퓨터를 프로그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컴퓨터는 인간과 달리 신호를 지키지 않고 길을 건너는 아이를 보고 멈춰 서야 한다는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지는 못한다. 입력된 정보와 명령에만 반응하기 때문이다.

우뇌 능력 겸비한 새 컴퓨터

IBM 이 인간의 뇌와 비슷한 컴퓨터의 초기 모델을 개발해 17일 발표했다. 입력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능력만 지닌 지금까지의 컴퓨터와는 작동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인간의 뇌를 본떠 만든 컴퓨터 칩 프로젝트 '시냅스(SyNAPSE)' 연구를 이끌고 있는 다르멘드라 모다 박사는 "지금까지의 컴퓨터가 계산 능력을 지닌 좌뇌(左腦)의 영역에 편중돼 있었다면, 새로 개발된 컴퓨터 칩은 판단하고 배우고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는 우뇌(右腦)의 능력을 겸비했다"고 말했다.

모다 박사는 지금의 컴퓨터가 일하는 방식을 버스로 정보를 실어나르는 과정과 비교했다. 초기 컴퓨터 개발자의 이름을 따 '폰 노이만 시스템'이라 불리는 컴퓨터의 자료 처리 과정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 영역이 분리돼 있고 그 사이를 '데이터 버스'라 불리는 회선이 연결한다. 컴퓨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더 큰 메모리, 더 빠른 프로세서, 더 효율적인 데이터 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는 기능도

모다 박사는 "'시냅스' 프로젝트는 한 방향으로만 진행돼 온 컴퓨터의 발전 방식을 멈추고,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뉴런(신경세포)이 시냅스라 불리는 1000조개의 정보 전달 채널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처럼 서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IBM이 17일 발표한 컴퓨터 칩은 인간의 뇌 구조를 본뜬, 256개의 실리콘 뉴런으로 구성됐고 이들은 수십만 개의 디지털 시냅스를 통해 연결돼 있다. 모다 박사는 "컴퓨터가 입력된 정보를 통해 확률적으로 날씨를 예보하는 대신, 기압과 기온 등의 정보를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수집해 날씨를 예측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냅스 프로그램엔 100여명의 연구진과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지원하는 4100만달러(약 445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으며, DARPA는 인간의 뇌를 본뜬 컴퓨터 칩의 초기 모델이 공개된 17일 2100만달러를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