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걸어 거액 로열티 챙기는 '특허괴물' 300여개 활동

2011. 8. 29. 08:34C.E.O 경영 자료

소송 걸어 거액 로열티 챙기는 '특허괴물' 300여개 활동

한국일보 | 입력 2011.08.29 02:35

 

[특허를 지배하라]
인터디지털·NTP 등 소송 年평균 64%씩 증가
한국기업 주요 먹잇감… 삼성·LG 10위 안에

1998년 미국의 테크서치가 인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이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업체로부터 사들인 특허를 인텔이 침해했다는 이유다. 소송가액은 무려 매입가의 1만 배나 됐다. 인텔측 변호사는 테크서치를 향해 "특허권을 이용해 로열티만 챙기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몇 년 새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특허소송의 당사자는 기업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특허관리전문회사가 나서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선 이들을 속칭 특허괴물로 부른다. 이들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특허기술을 사들인 뒤 제조나 판매 대신 특허관리가 허술한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거액의 기술사용료(로열티)나 합의금, 보상금 등을 받아내는 식으로 활동한다.

미국 특허조사기관 페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중인 특허괴물은 현재 300개가 넘는다. 2009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무려 16조5,000억 원의 로열티를 요구했던 인텔렉츄얼벤처스(IV), IT분야에서만 9,0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해 삼성전자ㆍ애플ㆍ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굴지의 IT기업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인터디지털, 2006년 블랙베리폰으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에 무선 이메일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6억1,25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낸 NTP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특허권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보호해주는 미국이 주요 활동무대다.

특허괴물들의 공세는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 미국 특허당국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특허괴물이 당사자로 나선 특허소송이 연 평균 64%씩 증가하고 있다. 또 특허 만료기간이 임박할수록 소송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무선 이메일 특허 만료를 앞둔 NTP가 2006년 RIM에 제기했던 동일한 소송을 지난해 7월 LG전자와 애플, 구글, MS에게도 제기했다.

무엇보다 제조품목이 많은 우리 기업들이 주요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세계 주요 기업 중 특허괴물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기업 톱10에 삼성전자(12건, 7윌)와 LG전자(15건, 4위)가 들어 있다. 2009년 각각 6건, 7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IV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에까지 진출, 이미 200개 이상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