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최고운영책임자)의 세계

2011. 8. 30. 09:27C.E.O 경영 자료

['一人之下 萬人之上' COO(최고운영책임자)의 세계] 기업 살림살이·생산 총괄하는 사령관

조선비즈 | 조형래 기자 | 입력 2011.08.30 03:15

 

애플의 팀 쿡 신임 CEO(chief executive officer·최고경영자)는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운영책임자)의 교본이었다. 그는 천재적 리더십의 스티브 잡스 전임 CEO에게는 없는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관리능력'이었다. 스티브 잡스 전임 CEO가 아이폰 같은 혁신제품 개발을 책임졌다면, 팀 쿡은 COO로 부품 구매에서 생산·공급망 관리 등 생산에 관한 모든 과정을 총괄했다. 과감한 아웃소싱(외주제작)으로 생산비를 낮추고 철저한 공급망 관리를 통해 재고부담을 확 줄인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팀 쿡은 새벽 4시 30분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부지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EO를 대신해 살림살이를 해야 하는 '넘버 2'의 덕목을 갖춘 셈이다.

LG전자 남용 전 부회장 등 팀 쿡과 사업 파트너로 일을 했던 한국 기업인들도 "팀 쿡은 온화하면서도 집요하게 자신의 목표를 관철하는 스타일"로 기억하고 있다.

COO로서 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외신에서는 잡스가 이번에 은퇴한 것도 팀 쿡이 다른 회사로 옮겨가지 못하게 붙잡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OO란 도대체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CEO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람이라면 COO는 CEO를 보필해 일상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따라서 COO는 CEO가 물러날 경우 승계 1순위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케빈 터너 COO 역시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2인자로 부상했으며, 모토로라 산제이 자(Sanjay Jha) CEO도 퀄컴의 COO 출신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회사의 주요 행사는 항상 스티브 발머 CEO와 케빈 터너 COO를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에서는 부품 구매에서 제품 생산을 총괄하는 COO의 역량에 따라 제조 코스트(비용)와 품질이 좌우된다. LG디스플레이의 김종식 COO가 여의도 본사에는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항상 파주와 구미 공장에 머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제조업체에서 COO는 현장사령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에서는 아직 COO라는 직책을 둔 곳이 많지 않다.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의 박지원 사장, 효성 이상운 부회장, 두산중공업 한기선 사장, NHN의 이준호 COO 등이 대표적이다. COO로 있다가 CEO에 오른 경영인 역시 LG전선 손종호 사장, SK커뮤니케이션즈 주형철 사장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현재 주요 대기업그룹의 COO 중에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사장과 두산그룹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사장 등은 생산을 총괄하는 전형적인 COO와는 거리가 있다. 삼성관계자는 "이재용 사장은 생산을 총괄하기보다는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경영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생산역량이 중요한 한국 대기업에서 정작 COO가 많지 않은 것은 사업부장 중심의 기업 운영도 주요 원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반도체·TV 등 사업부문별 사장이 COO 역할까지 해왔다는 것이다. 해외 생산시설 운영 역시 해당 사업부장이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구조다. LG전자나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조신 지식경제부 R & D전략기획단 정보통신 매니징 디렉터는 "반도체와 휴대폰처럼 업종이 다르고 독립적인 경우 한 사람의 COO가 운영하는 것보다는 사업부제가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