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상품권 800억 팔린다"..상인들 "황당"

2011. 9. 2. 08:53이슈 뉴스스크랩

"전통시장 상품권 800억 팔린다"..상인들 "황당"

머니투데이 | 진달래 이창명 기자 | 입력 2011.09.01 16:56 | 수정 2011.09.01 17:43

 

[머니투데이 진달래 이창명기자]추석을 열흘 가량 앞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시장 곳곳에 추석맞이 현수막이 걸려 있긴 했지만 상인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시장 골목의 한 상인은 "새벽에 식당들이 떼어가는 물건을 제외하고 아직 추석 분위기는 나지 않는 편"이라며 "경기가 너무 침체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 떡과 과일 등 추석용 제수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발걸음이 바빴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분주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체감온도는 '아직'이라는 설명.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42)는 "경동시장은 이 시간 늘 북적인다"며 "본격적인 추석 분위기가 나려면 이 정도 갖고는 멀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통시장 상인들의 불만 가운데 하나는 정부와 서울시 등이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오래전 내놓은 '전통시장 상품권'. 상품권 발행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서울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상품권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전통시장 상품권 "이벤트 아닌가요?"

경동시장의 상인 최씨는 "전통시장 상품권, 그거 이벤트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최씨는 "예전엔 그래도 어느 정도 상품권을 들고 시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점은행이 서울에 새마을금고와 우리은행 밖에 없는데 우리 가게에선 너무 먼 거리에 있고 주거래 은행도 아니라 불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윤모씨(55)도 전통시장 상품권은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윤씨는 "많은 사람들이 상품권을 이용하면 모르지만 상품권 이용이 거의 없다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어 "하루에 한 번도 이용하지 않는 날이 많고 그 이용금액도 5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라며 "오히려 이 정도의 금액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은행까지 찾아가서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안 받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경동시장의 대부분 상인들은 상품권을 받긴 했지만, 시장 상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정해진 은행에서만 현금교환이 되고 교환액수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최씨는 "상품권 발행액수 전체를 보면 재래시장에 몇십억이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상인 한 사람이 상품권으로 받는 돈은 많아도 불과 몇 만원에 그쳐 상품권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끼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경동시장 인근 우리은행 청량리지점 관계자도 "명절엔 상품권 교환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얼마전 부터는 거의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등포의 전통시장 상인들도 시큰둥한 분위기였다. 옷가게 상인들은 상품권에 대해 묻자 대부분 전혀 받아본 적 없다는 반응. 한 상인은 "주로 먹거리 파는 상점에 가면 받을 것"이라며 "상품권 덕을 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정육점에서 일하는 김모씨(46)는 "일주일에 한두장 정도 들어오는 게 전부"라며 "추석 명절 대목이 되면서 조금 늘어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대부분 상인들은 명절이 되면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이 선물 받은 상품권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통량이 '반짝 증가'하는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전통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은 크게 두 종류. 서울시상인연합회에서 우리은행과 함께 관리하는 전통시장 상품권과 중소기업청에서 새마을금고를 통해 유통시킨 온누리 상품권이다.

시장 인근에 위치한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명절 기간에 주로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추석이 다가오면서 최근 일주일 사이 확실히 구매문의 전화나 현금화한 상품권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에 전혀 도움 안돼"

중소기업청은 이번 추석 명절 온누리 상품권 판매금액이 지난해보다 3배 가량 증가한 8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시장 상인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품권 유통량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몇몇 상인들은 "상품권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 같다"고 까지 말했다. 누군가가 한꺼번에 사들여서 시장에 유통시키지 않고 바로 현금화해 써버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상품권이 활성화된다면 매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상인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노모씨(57)는 "전혀 도움 안된다"고 말을 딱 잘랐다. 노씨는 "한 장에 만원짜리 몇 개 들어온다고 매출이 크게 늘진 않는다"며 "현금 받는 것과 차이가 없어서 취급은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 사정이 나아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도 "재래시장이 어려운 것은 대형마트 증가, 시설 낙후, 어려운 경기 탓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며 "상품권 몇 장 발행해서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보였다.

반면에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공무원들이나 회사원들에게 상품권을 지금보다 많이 주면 한 번이라도 시장을 찾지 않겠느냐"고 희망섞인 반응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