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육상 '잔치 벌여놓고 손님만 즐겼다'

2011. 9. 5. 09:2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구육상]한국육상 '잔치 벌여놓고 손님만 즐겼다'

[노컷뉴스] 2011년 09월 05일(월) 오전 07:30
[대구=CBS체육부 백길현기자]

[IMG2]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발판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던 한국육상의 시도는 우울한 현주소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세계3대 스포츠축제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이 대구에서 개최되어 4일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정작 개최국 한국은 주인장으로서의 체면을 차리지 못하고 끝났다. 한국에서 잔치를 벌렸지만 이를 즐기는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한국은 1995년 예테보리 대회의 스웨덴, 2001년 에드먼턴 대회의 캐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노메달 개최국'이 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육상연맹을 오랫동안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애를 써왔다. 냉정히 판단해 한국 육상은 세계의 수준과는 격차가 있다. 역대 대회를 통해 살펴봐도 이는 같았다. 올림픽등에서 한국육상이 두각을 드러낸 것은 마라톤 정도로 그외의 종목에서는 결선 진출정도만으로도 특기사항이 될 정도다.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최고의 성과는 1993년 대회에서 마라톤의 김재룡이 4위에 오른 것이다. 그외에 필드 종목에서는 1999년 높이뛰기의 이진택의 6위. 2007년 김덕현의 세단뛰기 9위 정도다.

이 때문에 한국육상은 이번 대회 목표를 '10-10'으로 삼았다. 남녀 마라톤과 경보, 남녀 창던지기, 세단뛰기, 멀리뛰기, 남자 높이뛰기 등 10개 세부종목을 톱10 진입 가능 종목으로 정하고 10개 종목에 10명의 결선진출자를 배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사실 이 목표 역시 허황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육상은 어느 정도 희망을 봤고 홈 그라운드의 이득을 취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처참했다. 예선없이 결선을 치르는 종목만을 추리면 한국은 멀리뛰기의 김덕현(26)만이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반쪽이었다. 김덕현이 세단뛰기 예선을 치르다 부상을 입고 정작 멀리뛰기 결선에는 출전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꾸준히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배출해오던 남자 마라톤의 경우 정진혁이 23위(2시간17분04초)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 어느나라보다 대구 환경과 날씨에 맞춰 제대로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처참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한국신기록 역시 4개에 그쳤다. 남자 계주 1600m와 400m 그리고 남자 10종경기의 김건우, 남자 경보 50km의 박칠성이 그 주인공. '몬도 트랙'이 아닌 국내 대회에서도 이정도 갯수의 한국신기록은 나온다.

대한육상연맹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에 육상 붐이 일기를 기원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육상이 이렇게 중요하고 재미있다는 인식을 획기적으로 높여 한국 육상 도약의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조직위는 자평한다. 그러나 세계의 벽에 부딪히는 한국육상의 한계를 보여준 것으로는 육상붐을 이끌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paris@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