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진출, 중국보다 앞서라

2011. 9. 17. 09:25C.E.O 경영 자료

[Weekly BIZ] [맥킨지의 글로벌 진단] 중남미 진출, 중국보다 앞서라

  •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

한국, 美·유럽·아시아에만 신경 엄청난 소비시장 중남미를 간과
198개 대도시에 2억6000만명 소득·교육수준도 높아 고무적
빠르고 거대하게 성장하는 곳 한국의 지식·경험 큰 도움될 것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

최근 한국의 기업가·정치인들이 세계화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보면, 관심사가 대개 미국, 유럽 혹은 아시아의 어딘가에 맞춰져 있다. 중남미 진출은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이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과 무역 장벽 때문이다. 중남미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조차 석유나 철광석같이 남미 대륙에 풍부한 천연자원에만 관심이 있거나 이곳 대도시들에 TV 같은 소비재를 팔려는 생각뿐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중남미 대륙을 개척하는 데 있어 중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작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

세계 열대우림의 45% 보유

중남미에는 한국기업들이 움켜쥘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며, 이 지역 나라들이 경제적·사회적으로 다음 단계에 진입하는 것을 도울 수도 있다. 중남미에는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세계 열대 우림의 45%, 세계 바이오연료의 28%, 세계 석유 자원의 10%를 보유하고 있다. 납·철·리튬도 풍부하다. 그러나 이런 천연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중남미 나라들의 생산성은 미국보다 평균 30%가 낮다. 이 지역 석유 저장량 많은 부분이 국영 정유업체가 돌리는 낡은 공장과 기계를 통해 가공되고 있는데, 한국 투자자들이 뛰어들어 시설의 효율성을 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중국을 대체할 만한 투자자가 될 수 있으며, 일본의 경쟁 기업들이 자국의 상황에 신경쓰느라 생긴 빈틈도 메울 수도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청 청사 안 종합상황실 모습. 이곳에 설치된 대형모니터와 최신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 LED(발광다이오드) TV는 모두 삼성전자 제품이다 / 뉴시스

중남미는 80%가 도시화

중남미는 엄청나게 큰 소비시장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이 지역이 세계의 모든 신흥국 중 가장 도시화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나라들의 경우, 전체 인구의 50% 이하가 도시에 살지만 한국은 그 비율이 80% 정도 된다. 중남미 나라들도 한국과 비슷하다. 도시라는 렌즈를 끼고 들여다보면, 남미에 또 다른 기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남미의 198개 대도시들에는 2억6000만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GDP 3조6000억달러를 창출해내고 있다. 이 도시들은 2025년까지 중남미 경제 성장의 65%를 견인할 것이다.

남미 도시들은 1인당 소득 면에서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예를 들어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에서는 1만2700달러, 보고타(콜롬비아 수도)는 1만3300달러,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수도)는 2만1400달러, 몬테레이(멕시코)는 2만2000달러 정도 된다.

이런 대도시들의 소득 수준은 포르투갈이나 헝가리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남미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지역 대도시들은 서구의 어느 도시만큼이나 세련되고, 교육수준도 높고 젊다.

중견급 도시들에 주목하라

이런 대도시에만 기회가 열린 것은 아니다. 인구 20만명에서 1000억명 사이의 188개 중남미 중견 도시들이 2025년까지 이 지역 GDP 성장의 4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이런 도시들은 1인당 GPD면에서 대도시에 뒤처지지만 빠른 성장을 통해 이런 차이를 줄여갈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중견급 도시들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필요가 있다.

중남미 도시들은 단순 소비시장 외에도 한국 기업들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남미 대도시들은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의료·주택·교통·상하수도 시스템은 그런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 지원이나 사회적 환경조성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들 도시들이 남미의 성장 엔진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인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중남미 도시들 인프라 구축이 시급

한국과 중남미에는 상생의 기회가 많다. 서울에서 운행 중인 간선급행버스체계(BRT)는 쿠리치바(브라질)와 보고타의 BRT에서 착안된 것이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통근시간 정체와 공기오염이 줄어든다. 중남미와 한국은 도시 개발을 위해 공공-민간파트너십(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을 채택해왔다. 한국이 민간 자본을 활용해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같은 인프라 사업을 성공시킨 것이 한 예다.

콜롬비아도 4년 만에 초고속인터넷 개통 규모를 기존의 4배로 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공공-민간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나 투자가들도 이런 중남미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에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지역 도시들은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 자본과 기술력을 찾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프로젝트들을 통해 중남미 지역의 천연자원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은 이미 이런 인프라 사업에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이것이 중남미 도시들에 필요한 것들이다. 한 예로, 중남미 도시들은 서로 강한 유통망이나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 도시들과의 항공 노선이 더 잘 돼 있을 정도다. 강한 유통망과 교통·통신 시스템을 발전시켜온 한국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