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2. 09:0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50대에도 30대처럼… 꾸미는 남성 시장 폭발
조선비즈 | 최보윤 기자 | 입력 2011.09.22 03:03 | 수정 2011.09.22 06:38
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Coach)는 최근 전사(全社) 차원의 대대적인 마케팅 회의를 열고 마케팅 대상 남성군을 두 그룹으로 분리했다. 하나는 평범한 샐러리맨, 또 하나는 오렌지색 가죽 가방을 들고 꽉 끼는 셔츠를 입으며 맨발에 구두를 신는 '패션에 민감한 남성군'이다. 남성을 하나의 마케팅 범주로 묶어두기엔 패션에 민감한 남성들이 너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코치의 남성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2억달러를 기록했다.
외모에 관심을 갖고 꾸미는 남자들이 많다는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엔 패션·화장품업계에 새 시장을 창출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꾸미는 남성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일부 패션업계 종사자나 영업직원들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시장이 최근엔 점차 남성 대중을 겨냥해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남성 전용 화장품숍이 생기는 가 하면 백화점에선 남성 전용 패션 코너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남성 스킨케어 분야 한국이 세계 1위
구글코리아는 지난 7월 직원 복지 차원으로 남성 화장품 브랜드인 랩시리즈와 손잡고 '남성 그루밍(grooming·꾸미기) 클래스'를 개최했다. 그런데 공고가 뜬 지 30분이 채 안 돼 정원을 초과한 사람들이 신청해, 구글코리아는 그루밍 클래스를 조만간 한 번 더 열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정도로 꾸미기에 관심을 갖는 남자 직원들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미 남성 스킨케어(기초화장품) 시장은 한국이 세계 1위 규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 남성들이 스킨케어(스킨·로션 등)에 쓰는 돈은 2억8460만유로(4445억원)로 전 세계 시장의 18%를 차지한다.
업계에 따르면 메이크업·헤어·보디 제품 등을 포함한 한국의 남성 화장품 소비는 2006년 4700억원에서 지난해 80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1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남성 전용 미용 시설'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화장품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은 홍대 근처에 남성 전용 피부·두피 관리 겸 화장품 숍인 '맨스튜디오'를 열었는데, 주말에만 약 1000명 정도가 방문한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후 전년 대비 20% 이상 매출이 늘었다. 리버사이드 호텔은 상주 한의사로부터 건강체크를 받고 미용 마사지를 함께 받을 수 있는 남성 전용 스파(고급 목욕·마사지 미용시설)인 '더 메디 스파'를 8월 말 열었다.
◆중년 남성들이 시장 주도
과거 유행하는 남성 패션은 주로 20~30대가 주도해왔지만 최근엔 40~50대 중·장년층이 브랜드의 인기를 좌우할 정도로 '큰손'으로 부상했다. 40~50대를 겨냥한 일본의 패션 라이프 잡지 '레옹'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50대에도 30대처럼 보일 수 있게 관리하는 남자를 칭하는 '신(新)레옹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남성의 소비 파워 덕분에 국내 남성 패션 시장은 이미 여성복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2005년만 해도 남성복이 4조5000억원, 여성복이 6조원대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지난해엔 남성 패션 시장규모가 7조2700억원대, 여성 패션 시장이 7조1000억원대로 역전됐다.
특히 고급 정장과 명품 시계가 남녀 패션 시장 역전의 주역이었다. 스위스 남성 시계브랜드 IWC의 경우 2006년 국내 매출이 10억원에서 지난해 500억원으로 5년 만에 50배나 성장했다. 이탈리아 가죽 가방 브랜드 피나이더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 선보인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 이탈리아 본사 제작팀장이 '왜 이렇게 많이 팔리는지'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최고급 원단·의류 회사인 루이지 콜롬보는 최근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입점하면서 한국의 고급 소비층 고객 확보에 나섰다. 머플러 하나에 1000만원이 넘는데도 남성 고객들에게 인기다.
한국의 40~50대 중장년 남성이 적극적으로 '꾸미기'에 나선 것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롯데백화점 남성 MD팀 김성환 CMD(선임상품기획자)는 "40~50대 베이비 부머 세대의 경우 학창시절 '콩나물 교실'과 여러 경제 불황 등을 겪으며 평생 경쟁을 치러오다 정년에 접어들면서 외모 관리를 통해 또 한 번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업계에선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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