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위치 콕 집어내는 '미사일 진단' 시대 온다

2011. 10. 10. 18:29분야별 성공 스토리

암 위치 콕 집어내는 '미사일 진단' 시대 온다

암세포가 좋아하는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 묻혀

조선일보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입력 2011.10.10 03:04 | 수정 2011.10.10 11:55

 

김의신 교수는 미래의 암 진단은 분자(分子) 수준에서 암 병소를 꼭 집어 찾아내는 '타깃 미사일 진단' 체계로 바뀔 전망이라고 했다. 이른바 '분자생물학적 의료영상'(molecular imaging)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으로 암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 몸에 생긴 해부학적 변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원래 없어야 할 조그만 덩어리가 우리 몸에서 발견되면 암으로 의심하는 식이다. 현재의 진단 장비 수준으로 암이 의심된다고 판단할 만한 덩어리 크기는 최소 0.5~1㎝ 이상이어야 한다. 그보다 작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암은 해부학적 변화 이전에 몸의 한곳에서 암세포가 생기고, 여기서 면역세포와 죽고 죽이는 초기 전투가 벌어진다. 암세포가 그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야 덩어리를 만든다. 그리하여 암 덩어리 1㎝ 안에는 이미 약 1조개의 암세포가 모여 있다.

현대 의학 수준에서 이 정도 크기면 다행히 초기 상태에서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암세포는 이미 그곳을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암 진단 의학자들은 암세포가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빨리 찾아내 치료할 수 있는지에 몰두한다.

암세포가 좋아할 만한 물질에 의료 영상으로 식별할 수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묻혀서 몸에 투입하고, 이 물질을 암세포가 잡아먹도록 해 암세포를 발견하는 식이다. 김의신 교수는 암세포에 대항하는 면역 항체(抗體)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입히거나 암세포를 추적하는 '면역 영상의학' 연구 선구자이다.

김 교수는 "암 덩어리를 둘러싼 세포막을 녹이는 특정 효소가 활성화된 환자는 세포막이 흐물흐물해져 암이 다른 곳으로 잘 퍼져 나간다"며 "최근에는 의료영상으로 이 효소의 양을 측정하는 연구가 활발해 향후에는 암 전이 여부를 미리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키워드] 암 진단 분자생물학 암세포 암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