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1. 09:19ㆍ지구촌 소식
[이슈] 월가 시위 확산 “나는 99%다”…아메리칸 드림 재현하자 ‘미국의 가을’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1.10.10 11:40
"우리는 상위 1%의 탐욕에 저항하는 99%다." 지난 9월 17일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한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급기야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는 '아랍의 봄'에 이어 '미국의 가을'이 오고 있다"고 선언했다.
↑ ‘월스트리트 점령하기’ 시위대 중 한 명이 금융자본가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이 시위는 온라인 잡지 '애드버스터(Adbusters)'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초반에는 청년 백수 30여명이 맨해튼 폴리스퀘어에 모여 벌인 조그만 시위였다. 그러나 지난 5일 뉴욕에서만 최대 규모인 2만명이 모였으며, 인근 워싱턴 D.C.를 넘어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LA)까지 20여개 도시로 확산됐다. LA에서는 500여명의 시위대가 도심에서 연좌시위를 벌였고 이 중 일부는 은행에 침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위대에게 "나는 시위대의 좌절감이 분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들은 월스트리트에 규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며 시위대의 우려를 심정적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탐욕의 금융인' 공공의 적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으로 '월스트리트 1%'는 공공의 적이 됐다. 시위대의 분노에 대통령이 동조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시위대도 반대하는 대상을 월스트리트 자본가로 한정했다. 시위대 대변인 패트릭 브루너는 "우리는 반정부주의자나 히피가 아니다"라며 "금융위기에 책임을 지지 않는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에 대해 반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23세의 청년실업자인 브루너는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1%를 위한 탐욕이 아닌 99%를 위한 정의를 추구하자"고 말했다.
1960년대 히피는 풍요 속에서 반전과 평화를 외쳤지만, 이들은 일자리를 요구한다. 대중교통노조 대표 찰스 젠킨스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왔는데 일자리가 없다면 나라가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9%로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는 금융 자본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으면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것에서 비롯됐다.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대형 투자은행 등 23개 금융회사는 직원들에게 각종 혜택과 수당을 포함해 1400억달러를 지급했다. 이는 2008년 1170억달러보다도 20%가 늘어난 수준이고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7년의 1300억달러보다도 많다. 특히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며 겨우 살아남은 미국 최대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2009년 1억6500만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해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분노를 표시했다.
2년 뒤 2011년 미국인 99%의 평범한 사람들은 월스트리트에 모여 "그들을 점령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에드워드 리디 전 AIG CEO는 직원들 보너스 지급이 문제가 되자 "금융위기와는 별개로 AIG는 인재를 잃지 않기 위해서 보너스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6일 씨티은행 등 미국 대형은행 25개 업체에 "직원들에게 과도한 보너스를 지급하는 체계가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며 "고위 임직원들의 급여체계를 하루 속히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김규식 매일경제 국제부 기자 kks101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27호(11.10.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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