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경전철>①달리지도 서지도 못한다

2011. 10. 12. 06:32이슈 뉴스스크랩

<멈춰선 경전철>①달리지도 서지도 못한다

연합뉴스 | 임화섭 | 입력 2011.10.11 08:31 | 수정 2011.10.11 08:36

 

인천 월미은하레일·용인 에버라인 '개통 불투명'

치적 과시용으로 무리한 추진..막대한 부담으로

부산-김해선도 승객수 적어 적자폭 클 듯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민간 자본을 끼고 추진했던 경전철 사업 중 상당수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인천 월미은하레일과 용인 에버라인은 건설이 완료됐는데도 부실시공과 과장된 수요 예측으로 언제 운행이 이뤄질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최근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은 승객 수가 당초 예측치의 5분의 1에 불과해 매년 수백억원의 혈세가 민간 사업자의 적자 보전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 월미은하레일 = 인천역∼월미도 문화의 거리∼월미공원∼인천역을 순환하는 6.1㎞ 구간의 무인 자동운전 모노레일이다.

대중교통이라기보다는 관광시설에 가까운 이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2009년 7월에 레일이 개통됐어야 했지만 잇따른 시운전 중 사고와 시설하자 등 안전성 문제로 개통 일정이 불투명하다.

2008년 7월 착공돼 853억원이 투입됐고, 2010년 6월에는 시설 준공 승인까지 받았으나 부실 설계·시공·감리가 드러나 정상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인천교통공사는 월미은하레일의 레일을 철거한 뒤 새로 깔고 전동차도 새로 마련해야만 정상 운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여기에 300억∼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멘트 구조물과 역사(驛舍)만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경전철 시스템의 핵심인 레일과 전동차는 모두 철거·폐기한 후 새로 들여와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레일을 철거한 뒤 레일 바이크 등 다른 용도로 쓰는 방안마저 거론되고 있다.

◇용인 에버라인 = 경기 용인시 기흥구 구갈∼처인구 포곡 전대를 잇는 18.14km 길이의 이 경전철은 용인시의 최대 애물단지다.

2005년 12월 착공돼 지금까지 1조127억원이 투입됐고 작년 6월에는 공사가 사실상 완료됐다.

그러나 주무 관청인 용인시와 민간사업자인 ㈜용인경전철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개통이 지연되고 사업 협약까지 해지돼 현재로서는 사업 주체도 없다.

올해 1월 ㈜용인경전철이 준공확인 신청에 대한 거절 등 용인시의 의무 불이행을 주장하며 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에 맞서 3월에는 용인시가 사업 시행자의 의무 불이행을 주장하며 협약 해지를 맞통보한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용인시가 소음방지 대책, 시공 하자, 사전 승인 없는 최대출자자 변경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갈등의 실제 핵심은 과장된 수요 예측과 분당선 연장구간 완공 지연 등에 따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용인시와 ㈜용인경전철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규수 용인시 경량전철과장은 "㈜용인경전철의 입장에 대한 용인시의 반박 자료가 있으나 현재 국제중재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공식 언급은 자제하겠다"라고 말했다.

개통 지연과 사업 해지의 책임을 둘러싼 다툼이 국제 소송으로 번지면서 용인시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부담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지난 4일에는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법원이 "용인시는 시행사(용인경전철)에 5천159억원을 일단 지급하라"는 내용의 1단계 중재판정을 냈다.

이것은 양측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공사비 등만 산정한 것이다. 내년 3∼4월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단계 판정에서는 시행사의 손해배상 주장이 추가로 반영돼 용인시가 갚아야 할 돈은 최대 7천700억원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부산-김해 경전철 = 부산 사상역과 김해 삼계 차량기지까지 총 23.2㎞ 구간을 잇는 이 사업은 올해 9월 개통됐으나 승객 수가 적어 막대한 적자가 예상된다.

경전철이 정상 운행되기 시작한 지난달 17일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은 당초 사업 계획 당시의 예측치(17만6천명)의 5분의 1 수준이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특약에 따라 당초 예측에 따른 운임 수입을 민간사업자에게 20년간 보조해 줘야 하며, 만약 승객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매년 1천억원 이상을 내놓아야 한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경전철 타기 운동을 벌이고 역세권 개발과 부대사업 활성화로 경전철 이용객을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 지자체는 국비나 도비의 지원 규모를 늘려 달라는 요구도 할 방침이지만, 이것 역시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는 점은 마찬가지다.

이 사업에는 2006년 4월부터 올해 9월 완공까지 1조3천123억원이 투입됐다.

◇기타 지자체 경전철사업 현황 = 경(輕)전철이란 일반 지하철인 중(重)전철과 달리 수송 규모나 무게가 상대적으로 작은 소형 차량으로 철로나 궤도를 운영하는 교통시스템이다.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규모로,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가 저렴하고 무인 운영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지역의 교통 수요에 알맞은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고, 버스 등 노면 교통수단에 비해 안전성과 정시성(定時性)도 뛰어나다.

1조2천489억원 규모의 재정사업으로 건설돼 올해 3월 말 개통한 부산지하철 4호선이 우리나라의 첫 번째 경전철이며, 민간투자사업 경전철로는 올해 9월 개통한 부산-김해 노선이 처음이다.

지금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경전철 사업으로는 이밖에 우이∼신설선, 대구지하철 3호선, 인천지하철 2호선, 의정부 경전철 등이 있다.

용인 에버라인까지 합하면 공사 중인 경전철 5개 노선의 사업비 합계는 5조7천812억원에 이른다.

이 중 의정부 경전철은 내년 6월께, 나머지는 2014년 개통될 예정이다.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고산동 11.1km 구간을 잇는 의정부 경전철은 당초 올해 8월 개통될 예정이었으나 통합역사 건설, 노선 조정 검토, 수요예측 재조사 등으로 사업 진행이 늦춰졌다. 사업비는 5천841억원이다.

이외에도 신림선, 동북선, 면목선, 서부선, DMC선, 광명 경전철, 천안 경전철, 성남 경전철 등 8개 노선이 민간투자사업으로, 김포 경전철, 창원 경전철, 부산지하철1호선 연장, 사상∼하단선, 광주지하철 2호선, 울산∼양산선, 대전지하철2호선 등 7개 노선이 재정사업으로 각각 계획돼 있다.

계획 중인 경전철 15개 노선의 추정 사업비 합계는 12조104억원이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