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강 체제 막 내려… 내년, 반값 요금 시대 열린다

2011. 10. 21. 09:0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통신 3강 체제 막 내려… 내년, 반값 요금 시대 열린다

조선비즈 | 백강녕 기자 | 입력 2011.10.21 03:21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내년부터는 이동통신 시장에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다. 신규 사업자가 속속 등장하고, 요금 경쟁도 훨씬 치열해진다. 과도한 통신비 부담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입맛대로 골라 사용할 수 있다. 경쟁을 통해 고객 서비스 수준도 향상될 전망이다.

내년에 반값 이동통신 시대 열린다

↑ 연내에 와이브로 기술을 이용한 제4 이동통신사가 등장하고, CJ는 KT의 통신망을 빌려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한다. CJ 계열인 CGV 영화관에서 3차원 입체영상을 체험하는 모습(왼쪽)과 TG삼보의 와이브로 단말기 시연 장면. /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3파전이었다. 신세기통신·한솔엠닷컴 등은 기존 회사에 합병돼 사라졌다. 업계 순위는 요지부동이다. 늘 SK텔레콤이 전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가운데 KTF가 35%, LG유플러스가 1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와이브로(휴대인터넷), 3세대(3G) 이동통신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도 이런 구도는 변함이 없었다.

내년부터는 통신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한다. 기존 통신 3사 외에 새 사업자를 등장시켜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사업자는 와이브로 통신망을 설치해 사업을 하게 된다.

1장뿐인 신규 사업권을 두고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컨소시엄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KMI는 방석현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영입해 사업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효성정보통신 임원 출신인 통신 전문가 임형구씨가 사장으로 합류했다. 주요 주주는 삼성전자·동부CNI 등이다. KMI는 이미 방통위에 사업신청서를 제출했다.

KMI는 월 기본료 8000원의 저렴한 요금제와 월 2만8000원을 내면 무선 인터넷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정액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의 음성통화 기본료는 1만2000원이고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는 월 5만5000원 이상이다. 이를 감안하면 기본료가 33%, 무제한 데이터 요금은 무려 49% 내려간다. '반값 요금제'가 등장하는 것이다. 방석현 KMI 대표는 "요금 걱정 없이 무선 인터넷을 무제한 쓸 수 있게 하겠다"며 가격 파괴를 선언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주도하는 IST 컨소시엄은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를 맡고 있다. 양 전 장관은 제4이동통신이 사용할 와이브로 기술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힘써 '와이브로 전도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양 대표는 "와이브로 통신망은 기존 이동통신망보다 구축 비용이 5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월 1만원대 요금으로 100시간 이상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IST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IST는 이달 중 방통위에 사업권과 주파수 사용 신청서를 동시에 제출한다.

◇'콘텐츠 강자' CJ그룹도 통신사업 참가

케이블TV 업계의 강자인 CJ그룹도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CJ그룹은 내년부터KT의 통신망을 빌려서 이동통신 사업(일명 MVNO)을 시작한다. 제4이동통신사가 직접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기존 통신망을 임대해 초기 투자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CJ도 기존 통신사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MVNO 사업자들이 음성 통화 중심의 사업을 펼쳤던 것과 달리 CJ는 데이터 서비스를 주서비스로 삼을 계획이다. CJ그룹이 보유한 케이블 방송의 드라마·오락 채널과 음악·게임·영화관 등 문화 콘텐츠를 통신상품과 함께 묶어 판매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CJ는 '이용자 맞춤형 통신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기존 케이블방송과 쇼핑몰 회원을 대상으로 가입자를 모집한다. CJ 이동통신 가입자는 스마트폰으로 CJ의 음악·게임·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CGV 영화관 무료입장 또는 대폭 할인과 같은 혜택도 예상된다.

또 올리브영·CJ오쇼핑·빕스·뚜레쥬르 등 CJ 계열의 음식점이나 매장을 이용할 경우 할인 혜택을 주거나 포인트를 쌓아준다. CJ는 "12월 중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 1월 본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기 스마트폰 확보가 성공의 관건

신규 사업자들이 저렴한 통신료와 새로운 고객 서비스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경우 기존 통신사들도 요금·서비스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망을 빌려쓰는 MVNO 사업의 강점은 국내외 유명 제조업체들이 만든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KT 통신망을 빌려쓰는 경우 현재 KT 가입자들이 쓰는 아이폰이나 갤럭시S 같은 인기 스마트폰을 별도의 수정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저가 통신사들을 위해 별도의 스마트폰을 만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와이브로 통신망을 이용하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는 전용 휴대폰이 적다는 것이 고민이다. 기존 스마트폰은 와이브로에서는 쓸 수 없다.

독자 통신망이 없이 '셋방살이'를 하는 MVNO 사업자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 속도를 높이거나 경쟁사가 못하는 새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이런 한계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둔 업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