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인수전 왜 치열한가 했더니…

2011. 10. 22. 09:13C.E.O 경영 자료

저축銀 인수전 왜 치열한가 했더니…

매일경제 | 입력 2011.10.21 17:16

 

'저축은행을 잡아라.'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저축은행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물론 증권사와 캐피털사, 대부업체까지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한 인수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활동 범위가 크게 위축되기는 했지만 여신 기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최근 매물이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영업 기반을 두고 있어 '매물'로서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우리, 신한, 하나금융지주가 모두 자산이 2조원에 달하는 대형 저축은행들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각오로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제일저축은행 인수에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3개 금융지주가 도전장을 던졌다. 또한 이날 마감된 토마토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에도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S금융지주가 영업정지된 프라임ㆍ파랑새저축은행 패키지 매각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프라임ㆍ파랑새저축은행 매각 입찰은 BS금융지주와 아주캐피탈, 이랜드, 키움증권간 4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했던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저축은행 인수를 추가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을 탐내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 거래가 어려운 고객들을 유치해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축은행 대출 고객이 대부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금융지주가 서민금융을 확대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가 사활을 걸 정도로 시급한 숙제는 아니지만 이번에 꼭 저축은행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라며 "금융당국과의 관계나 최근 고배당 논란 속에서 서민금융에 신경을 쓴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대신증권이 중앙부산저축은행 등을 인수한 이후 다른 증권사들도 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증권이 대영저축은행 인수ㆍ합병(M & A)을 추진 중이며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우선 예ㆍ적금을 받을 수 없는 증권사나 캐피털사로서는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수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수 이유가 충분하다. 특히 오프라인 기반에 목마른 키움증권이 저축은행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다. 여기에 더해 증권사 간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자산 규모를 키우는 한편, 주식 대출과 연결된 여신 사업을 확대하는 등 시너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것은 영업 환경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부업 금리가 39%까지 내려간 데다 새희망홀씨 등 다양한 정책 상품이 출시되면서 고금리 영업 행태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을 통한 소액 신용대출 영업에 나설 경우 대부업 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고금리 영업에 대한 비판론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과 아주캐피탈도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이 다른 금융회사에 인수되더라도 예금자보호 대상인 5000만원 이하 예금자는 피해가 없다. 다만 5000만원 초과 예금자나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피인수 방식에 따라 구제 여부가 달라진다.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거나 M & A될 경우 5000만원 초과 예금자나 후순위채 투자자 모두 원금은 물론 원래 약속했던 이자까지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해당 저축은행의 모든 자본과 부채가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ㆍ부채이전(P & A) 방식으로 처리할 때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나 후순위채 보유자는 전액 보장을 받을 수 없다. P & A는 M & A와 달리 우량자산만 떼어 인수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5000만원 초과 예금이나 후순위채 등 부실자산은 파산재단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5000만원 초과 예금은 일반채권과 경합해 결정되는 파산배당률에 따라 일부만 돌려받을 수 있다. [손일선 기자 / 전정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