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9. 09:06ㆍC.E.O 경영 자료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발명이 아닌 편집에 있다."
미국의 기자이자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잡스의 진정한 천재성은 디자인이나 비전이 아닌, 개량을 통해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편집(editing)'에 있다고 지적했다. 글래드웰은 오는 14일 발간되는 잡지 뉴요커에서 이같이 논평했다.
그는 "잡스는 토머스 에디슨이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고 사무엘 크롬프턴의 방적기를 성공적으로 개량한 영국의 기계기술자 리처드 로버츠와 견줄 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 5일 잡스가 사망한 뒤 나오고 있는 칭송 가운데 '거대한 통찰력을 가진 인물' '발명가'라는 언급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나 실제 잡스는 이와 달랐다는 게 글래드웰의 주장이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잡스의 전기를 보면 잡스는 오히려 기존 제품을 적절하게 개량해 적용하는 '트위커(tweaker)'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플의 대표적인 제품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트위커는 기계, 특히 컴퓨터를 미세하게 개량해내는 사람을 뜻한다.
마우스와 아이콘을 이용해 조작하는 매킨토시 컴퓨터의 경우, 주요 부분의 특징을 제록스 PARC 연구소의 기술자들로부터 차용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휴대용 디지털음악기기는 1996년 출시됐지만 애플은 아이팟을 2001년 내놓았다. 글래드웰은 "잡스는 시장에 나와 있는 음악기기들에 주목한 뒤 '정말 돈벌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역시 1990년대에 나오기 시작했지만 애플은 아이폰을 2007년에 소개했다. 아이패드의 아이디어는 잡스 가족의 친구와 결혼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자로부터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라고 글래드웰은 주장했다.
글래드웰은 애플 내에서도 잡스가 남의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지적했다. 아이팟 등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는 "잡스가 내 아이디어를 보고 '별로 좋지 않다'고 말해놓고서 나중에 청중 앞에서는 그 아이디어를 마치 자기 것인 양 설명했다"고 말했다.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가 남의 아이디어를 응용해 나온 것이지만 정작 잡스는 다른 사람이 애플의 제품을 손보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 제품들이 완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는 게 글래드웰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잡스를 빗대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트위커는 자신의 제품이 다른 형태로 적용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글래드웰은 그러나 잡스가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것은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완벽함을 추구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데이비드 갤런터 예일대 교수(컴퓨터사이언스학)는 애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쳐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각종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면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전했다. 소송 배심원들은 지난해 10월 애플에 갤런터 교수가 소유하고 있던 회사인 '미러 월드'에 6억2500만달러(약 7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재판장인 레너드 데이비스 판사가 애플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이례적으로 평결 내용을 뒤집은 뒤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조홍민 기자 dury129@kyunghyang.com>
'C.E.O 경영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플의 또 다른 무기 '탁월한 공급망 관리' (0) | 2011.11.09 |
---|---|
'월 100만원'...값싼 중국 개발자 몰려온다 (0) | 2011.11.09 |
행운은 원하는 만큼, 준비하는 만큼 붙잡을 수 있다. (0) | 2011.11.08 |
中, 내수 활성화 5년간 목표는… 소비재 판매 2배로 온라인 거래 4배로 (0) | 2011.11.08 |
인터넷 쇼핑 ‘40대 클릭 파워’ 급부상 … 5년 새 매출 비중 12%P 늘어 (0) | 2011.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