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글로벌 기업과 승부…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뚫어라

2011. 11. 10. 09:35C.E.O 경영 자료

 

토종·글로벌 기업과 승부…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뚫어라

입력 : 2011.11.09 03:06 조선비즈

[감속시대 생존전략] <7> 신흥시장 공략하려면
신흥시장의 역설 - 성장엔진 찾아 신흥시장으로 눈돌려, 각국기업 진출 늘어 실패위험도 증가
새 비즈니스 모델로 개척 - 中 남·북부 체형 차이 고려한 의류, 메이드인 코리아 고집했던 식기류… 현지시장 연구해 성공기회 잡아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 마네사(Manesar) 지역에 위치한 혼다 스쿠터 공장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조원가가 오르고 인건비가 크게 뛰었지만,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가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게 원인이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렸다가는 고객들이 경쟁사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현지 토종업체도 수없이 많은 데다 스즈키와 같은 경쟁업체도 만만치 않아 혼다는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인도시장에서 싸우고 있다.

각광 받는 또 다른 신흥시장인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의 가전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BestBuy)는 2006년 상하이 1호점을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궈메이(國美), 쑤닝(蘇寧) 등 중국 토종업체와의 경쟁에서 패배하며 중국 내 9개 전 매장을 접어야 했다.

미국·유럽 등 기존 시장이 저성장에 빠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성장하는 시장에 올라타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경영 환경은 갈수록 태산이다. 블루오션을 찾아들어 온 기업이 너무 많은 나머지, 시장이 어느 순간 레드오션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신흥시장의 역설'이다.

성장 축이 신흥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개척의 기회가 확대되는 동시에 실패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감속 시대로 접어들면서 새 시장을 뚫어야 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선 '기존의 성장 공식을 확 바꿔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인도 북부 마네사 지역에 있는 혼다 스쿠터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인도인 직원들이 스쿠터를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제조원가가 크게 올랐지만 경쟁업체가 늘어나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스쿠터 가격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글로벌 기업 뛰어드는 신흥시장, 절대 강자는 없다

지난 9월 30일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Takeda)약품은 스위스 의약품회사 나이코메드(Nycomed)를 96억유로, 우리 돈으로 15조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인수했다. 신용등급이 AA1에서 AA3(무디스)로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케다가 나이코메드 인수를 강행한 이유는 무얼까? 다케다약품의 하세가와 야스치카 사장은 "신흥국을 포기하면 기업이 성장을 포기하겠다고 패배 선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인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감속하는 선진시장을 떠나 신흥시장에서 성장 엔진을 달겠다는 계산이다. 나이코메드는 지난해 전체 매출(31억7000만유로) 중 39%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창출했다. 반면 다케다는 지난해 1조4000억엔(173억달러)의 매출 가운데 86%를 일본과 북미 지역에서 창출해 신흥시장 공략이 절실했다.

국내 시장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야

국내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한국에서 잘하는 것은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한국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한국에서 경쟁력을 갖춘 요소들을 살려야겠지만, 이들을 새롭게 조합한 성공 공식(Success Formula)을 창출해야 한다.

이랜드의 경우 중국에 진출할 때 국내에서의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일부 상품은 한국보다 품질을 더욱 좋게 만들고 판매 가격도 높여 팔았다. 중국의 부유층 지갑을 열기 위해 백화점 등 A급 쇼핑몰을 골라 입점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100% 직영체제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강조했다. 이랜드는 중국의 북부와 남부 소비자의 체형이 다르다는 점까지 고려, 옷을 디자인해 지역 맞춤형 브랜드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랜드의 올해 중국 매출은 2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지난해보다 1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중국의 평균 소득수준이 낮다는 점만 보고, 한국에서 팔다 남은 재고를 갖다 팔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거의 문을 닫고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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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시장 연구와 현지 인재 육성이 중요

밀폐 용기 제조업체 락앤락은 중국 진출 후 첫 4년 동안은 한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팔았다. 해외 브랜드를 좋아하고 자국(自國)에서 만든 상품을 불신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간파한 것이다. 락앤락은 중국에 현지 공장이 있었지만 관세와 운임을 부담하면서까지 한국 제품을 수입해 팔았다. 락앤락은 브랜드 충성도를 충분히 높였다고 판단한 다음부터 중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팔기 시작해 성공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철저한 현지 시장조사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성공모델이었다.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만큼 중요한 것은 인재 기용이다. 까르푸의 경우, 대만(1989년 개점)의 중국계 직원을 활용해 중국 시장(1995년 개점)에 진출한 다음 현지 소비자의 취향과 성향을 파악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까르푸는 2단계로 철저한 인력 현지화를 위해 2000년에는 인력 양성 기관(Carrefour China Institute)을 설립해 직급에 따라 3~6개월씩의 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관리자를 육성하는 교육 훈련만 1년간 시행한다.

☞ 감속 시대

한국 경제 전반의 발전 속도가 둔화된 현상을 말한다. 원인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급격한 노령화, 산업구조의 재편 등 세 가지가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