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가부채는 이 보도대로 올해 말 1000조(약 1경5000조원) 엔을 넘어설 예정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21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구제금융까지 받은 그리스(157%), 아일랜드(120%)보다 훨씬 높고, 전 세계를 통틀어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들밖에 견줄 나라가 없다.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불황기에 국채발행을 통해 대규모 경기 진작에 나선 결과다.
특히 일본이 ‘국채 1000조 엔’ 뉴스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비밀은 ‘국채를 누가 쥐고 있느냐’에 있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95%가량을 은행 등 일본 국내 투자자들이 쥐고 있다. 수익률이 1~2%에 불과한 저금리의 일본 국채는 외국 투자자들에겐 별로 인기가 없다. 대신 일본 국내 투자자들은 정부 발행 국채를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나라야 어찌되든 나는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내지 않는 한 일본의 부채비율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일본인임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일본 국내 투자자들이 채권을 사주고, 일본 정부는 비교적 싼 이자만으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형적인 국채 순환’ 구조만 믿고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마냥 국채로만 틀어막을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요즘 일본에 퍼지고 있다. “이렇게 부채를 늘리다간 당장은 아니라도 언제든 재정위기가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저류엔 만만치 않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