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욱
도쿄 특파원
도쿄 특파원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건넨 이야기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 의사를 전하며 노다 총리는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어 든든하다”고 했다. 국내에서의 정치적 후유증을 감수하고 TPP 협상 참여를 선언한 동맹국 총리 노다, 그를 향한 오바마의 립서비스 역시 화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 동맹은 양국뿐만 아니라 아태 지역 전체의 초석”이라고 화답했다. 불과 두 달 전인 9월 말 뉴욕 유엔 총회에서 만났을 때와는 180도 분위기가 달랐다. “이제는 뭔가 진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TPP 참여와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로 노다를 닦달하던 오바마, 첫 해외방문에 잔뜩 얼굴이 굳었던 2개월 전의 노다와는 딴판이었다. 국제정치에서 이해관계란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협력해 지역 경제의 규칙을 만들자’는 노다의 얘기는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 도쿄에서 지켜본 노다 총리는 그만큼 무서운 사람이다. 보수적 성향의 마쓰시타(松下) 정경숙(政經塾) 1기생 출신에 자위대원의 아들이다. 국익을 위해 때론 발톱을 감추고, 발톱을 세우기도 한다. ‘야스쿠니에 A급 전범은 없다’고 했던 그는 취임 직후 “야스쿠니에 가지 않겠다”며 발톱을 숨겼다. ‘돈 (역대 총리 중 최소 재산) 없고, 백(당내 계파의원 수)도 약한’ 그가 정치권의 맹렬한 반대 속에서 TPP 참여를 결단했다. 부잣집 도련님(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외손자)으로 반미 자주노선을 외쳤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나 되는 일 없이 갈팡질팡했던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결정이다.
서승욱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