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 09:06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은행에 예금한 돈이 3년새 100조원이나 증가해 3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예금의 증가율이 가계예금의 두배에 달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자는 것이지만 그만큼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고용 창출에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또 예금으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의 입장에서도 기업 예금은 가계 예금 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 전반적인 예금 증가로 유동성 위험이 낮아지긴 했지만 기업 예금이 늘어나면서 예금이 단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기업예금 3년새 100조원 이상 늘어‥기업 경기 전망 악화 영향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기업예금은 286조원을 기록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발생한 2008년말의 177조원과 비교하면 62% 증가했다. 불과 3년이 채 안 돼 100조원이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가계 예금 증가 속도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가계 예금은 2008년말 327조원에서 올 9월말430조원으로 31% 증가했다. 가계 예금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라 100조원 남짓 증가하긴 했지만 증가율은 기업 예금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 소득이 증가한데다, 금융위기 이후 위험 자산 기피 심리가 심화하면서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예금에 돈이 쏠리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고용과 투자를 통해 경제에 기여해야할 기업의 자금이 빠른 속도로 은행에 유입되는 것은 좋게만 보기 어렵다.
실제로 예금 증가와 대조적으로 기업의 설비투자는 간신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9% 늘었는데,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된 올 3분기엔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분기에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번 돈을 투자나 배당에 투입하기 보다 현금으로 갖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만 하다"며 "미래를 좋지 않게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나빠진 지 오래다. 제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올 들어서 한 번도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했다. 이 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경기를 나쁘게 전망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런 우려는 점차 경제지표에서 수치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10월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0.7% 줄면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동행·선행지수도 두 달째 동반 내림세를 보였다.
◆ 기업예금 늘면서 은행예금 단기화 추세…자금조달 안정성 저하
가파르게 늘어난 기업 예금은 궁극적으로 예대율 하락에 기여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반길 일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시장성 수신(은행채, 양도성 예금증서 등)보다 예금을 통한 자금 조달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은 금융위기 때 부각됐던 유동성 위험을 낮춘다.
그러나 총 예금에서 기업 예금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금조달의 질적인 안정성은 떨어지고 있다. 총 예금에서 기업 예금의 비중은 2008년 말 26%에서 올 9월말 31%로 확대됐다. 반면 가계 예금 비중은 48%에서 46%로 하락했다.
기업 예금은 통상 가계 예금보다 유출입 속도가 빠르다. 전반적인 신용 상황이 악화될 경우엔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예금은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은행이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지만, 이에 비해 기업 예금은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영향으로 은행 예금은 최근 단기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만기 6개월 미만의 정기예금 잔액이 2008년말 38조원에서 올 9월말 87조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정기예금 증가율(53%)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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