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달러 신화의 그늘…내수확대 전략 필요

2011. 12. 5. 18:12C.E.O 경영 자료

무역 1조달러 신화의 그늘…내수확대 전략 필요
수출 목매 외풍에 쉽게 휘둘려
기사입력 2011.12.04 18:46:50 | 최종수정 2011.12.04 19:49:00

1974년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20여 년 만에 이룬 대단한 성과였다. 이후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무역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어선 뒤 23년 만인 이달 5일 무역 1조달러 클럽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8개국에 불과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세계 최대 무역거상 대열에 올라선 우리나라 경제 저력에 놀라워하는 이유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구세주였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는 급감했지만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 다른 나라보다 빨리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수출공화국 한국의 무역 의존도가 과도하게 커지면서 그늘도 늘어나고 있다. 수출ㆍ투자ㆍ소비라는 성장 3각축 중 투자와 내수는 부진한 반면 수출만 잘나가는 외발 성장 구조가 고착되면서 경제 구조가 대외 충격에 한층 더 취약해지고 있다. 또 수출ㆍ내수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심해지는 등 장기적인 국가 성장동력도 훼손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수출이 늘면 투자가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을 가져온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매일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무역 1조달러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 무역구조를 심층 분석한 결과다.

그러나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내수의 토대가 되는 투자ㆍ소비 성장기여도는 떨어졌다.

1990~1996년 우리나라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3.5%포인트, 투자는 4.0%포인트, 소비는 4.2%포인트로 3개 성장축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며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5~2011년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5.1%포인트로 확대된 반면 투자ㆍ소비 기여도는 각각 1.0%포인트, 2.3%포인트로 쪼그라들면서 성장축 불균형이 심해졌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리하게 빚을 내 소비를 진작시키는 잘못된 정책으로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소비 여력이 소진되면서 소비의 성장기여도가 뚝 떨어졌다"며 "투자ㆍ소비ㆍ수출이 동시에 성장을 이끌었던 1990년대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무역의존도도 과도하게 높아졌다. 우리나라 GDP 대비 무역 비중은 110.9%다. 수출을 많이 하면서도 내수 비중이 큰 미국(31.3%) 일본(31.8%)은 물론 우리처럼 수출 주도 국가인 독일(95.3%)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내수 확대라는 안전판 없이 수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는 외풍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 글로벌 저성장 추세로 내년에 수출이 큰 폭으로 고꾸라지면 국내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ㆍ반도체ㆍIT제품 수출을 통해 무역대국으로 성장하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지만 선진국형 무역ㆍ투자 구조에 대한 어젠더 책정이 지연되고 내수 활성화 정책도 실패하면서 무역 규모 1조달러 달성이 `외화내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경고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홍식 고려대 교수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전략이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FTA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전략 외에 수출ㆍ내수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대책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봉권 기자 / 채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