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같이 편안히 살 수 있다더니…셋집 설움에 끙끙 앓는 ‘시프트’

2011. 12. 12. 05:3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내 집같이 편안히 살 수 있다더니…셋집 설움에 끙끙 앓는 ‘시프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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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11 20:50

|수정 2011.12.11 20:50

 

[한겨레]임대·분양 섞은 '혼합단지'대표회의선 '분양동 뜻대로'"똑같은 관리비에 권리는 없어""돈 없고 전세 산다는 이유로 정당한 권리도 못 누리는 거 아닙니까? "올해 1월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에 입주해 '비로소 내 집을 얻은 듯 행복했던' 김병일(44)씨는 요즘 살고 있는 ㄹ아파트 단지 안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단지 안에 설립할 어린이집 문제를 두고 아파트를 임차해 입주한 주민과 분양을 받아 입주한 주민 사이의 갈등이 10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인 임차동 주민들은 단지에 구립어린이집이 들어서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분양동 주민들이 "구립어린이집을 지으면 차상위계층에 우선권이 돌아가 분양동 자녀들은 오히려 다른 지역에 있는 시설을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며 사립어린이집 유치를 주장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갈등의 씨앗을 뿌린 것은 서울시다. 서울시가 분양단지와 임대단지 사이의 계층화를 막겠다며 모든 시프트 단지에 분양동과 임대동을 섞어 짓는 혼합단지(소셜믹스) 방식을 적용하고도, 서로 다른 성격의 입주민들이 혼합단지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스에이치(SH)공사는 시프트 관리규약에 '분양동 대표 4명과 임대동 대표 3명, SH공사 대표 1명 등 8명으로 구성된 공동대표회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의 특약사항을 넣었으나, 이는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결국 분양동과 임대동 주민이 각각의 대표회의를 구성한 채 대립하면서, 분양동 입주자대표회의가 동의하지 않으면 아파트 운영과 관련해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김씨가 살고 있는 2300여 세대의 강동구 강일지구 ㄹ시프트 단지도 입주자의 80%가 임차인이지만 분양동 대표회의가 반대하는 한 임차인 대표회의는 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 현행 주택법에 따라 혼합단지에서는 분양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최종 결정권을 갖기 때문이다.실제 ㄹ시프트 단지에서는 지난 10월 어린이집 설립 문제를 두고 주민투표까지 실시해 임대동에서 71%, 분양동에서 68%의 주민이 구립어린이집 설립에 동의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분양동 입주자대표회의의 반대에 막혀 어린이집 사업 결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최대 20년까지 내 집처럼 살 수 있다'던 시프트 단지의 임차인들이 분양 입주자들과 똑같은 관리비를 내면서도 아파트에 대한 권리는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그런데도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임대사업자와 입주자대표회의 간 합의절차를 거쳐 공동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프트 임차인인 나영선(41)씨는 "국토해양부 역시 2007년부터 관련 법령 연구용역을 맡겨놨다고만 하는 등 서울시와 자치구, 정부가 서로 책임만 떠넘기는 동안 주민 갈등은 커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공공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에 대해 서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법령이 미비해 임차인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 운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엄지원 기자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