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인사 뉴트렌드`파워`…삼성 501명 임원 승진

2011. 12. 14. 09:22C.E.O 경영 자료

재계인사 뉴트렌드`파워`…삼성 501명 임원 승진
기사입력 2011.12.13 17:45:55 | 최종수정 2011.12.13 18:19:25

1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삼성 임원 인사 결과가 발표되자 삼성 임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연중 고강도 감사에다 몇 차례 수시 인사를 실시해 임원 승진 폭이 작년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상 최대 규모인 501명이 승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79명)에 이어 77명의 발탁 인사를 내면서 삼성 차세대 리더들의 진용이 한층 새로워졌다는 평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젊은 조직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탁월한 성과를 거둔 전문가를 과감히 발탁하고 여성과 젊은 인력을 중용해 글로벌 경제 위기를 정면으로 뚫겠다는 인사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LG, GS, 현대중공업, LS, 신세계 등 재계 주요 그룹의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올해 재계 인사 트렌드의 새로운 윤곽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SK, 한화그룹 인사도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재계 임원 인사를 살펴보면 성과(P, Performance), 오너십 강화(O, Ownership), 여성 발탁(W, Women), 엔지니어 중용(E, Engineer), 조직 재편(R, Rebuilding) 등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러한 단어의 앞글자를 딴 `파워(POWER)`라는 용어로 인사 뉴트렌드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인사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건희 회장은 `신상필벌`을 강조하면서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삼성그룹의 인사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올해 부사장 48명, 전무 127명, 상무 326명 등 대규모 승진 인사를 낸 이면에는 이러한 성과 보상주의가 깔려 있다.

구본무 LG 회장도 성과주의에 따라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특히 기술ㆍ생산전문가를 대거 경영 일선에 포진시켜 `기술 LG`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을 LG화학 배터리사업본부 사장으로 발령내 신사업 확대를 강력히 주문한 점도 특징이다.

대규모 쇄신 인사를 통해 오너 경영자들의 측근 인사를 보강한 점도 눈에 띈다.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일사불란한 의사 결정과 추진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GS그룹은 2005년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총 49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내면서 오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전문회사인 GS에너지를 신설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허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장도 상무보로 승진해 임원 명함을 달도록 했다.

LS그룹 인사에서는 사촌경영을 돈독히 하면서 오너십 강화가 눈길을 끈다.

LS그룹 공동 창업주인 고 구두회 예스코(옛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씨가 사장으로 승진해 LS전선 대표이사를 맡았다. 또한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외아들인 구본혁 LS 사업전략팀장(부장)이 LS니꼬동제련 이사로 발탁되어 LS오너 일가 3세 중 처음 임원에 올랐다.

여성 인력과 이공계 인력 발탁 추세도 올 재계 인사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삼성그룹은 작년보다 늘어난 9명의 여성 승진 임원을 낸 데 이어 내년과 후년에도 훨씬 많은 여성 임원을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첫 여성 부사장을 탄생시켰고 제일모직은 비오너 출신으로 첫 30대 여성 임원을 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올해 재계 인사에서는 기술인력을 중시하면서도 도전적인 최고경영자(CEO)가 일선에 포진해 눈길을 끌었다"며 "내년 경기가 어렵다보니 다양한 분야에 인재를 포진시켜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담겼다"고 말했다.

[황인혁 기자 / 강계만 기자]

눈에띄는 인물…갤럭시 띄운 김주년·윤장현 파격 발탁

이번 삼성의 임원 인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서초동 본사 출근 이후 던진 메시지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소프트웨어 인력 육성과 여성 임원의 승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신상필벌`의 인사원칙을 변함없이 적용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무선사업부에 발탁 인사가 몰렸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오너 일가에선 유일한 승진자로 기록됐다.

13일 단행한 삼성전자 2012년 정기 임원인사에는 갤럭시를 개발한 무선사업부와 소프트웨어 직군의 승진이 두드러졌다. 휴대폰 부문 승진자는 34명으로 부사장 3명, 전무 9명, 신규 22명이다. 갤럭시S와 탭 시리즈 등 전략 모델 선행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국가별로 적기에 신제품을 출시해 글로벌 1위 달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무선사업부는 파격 발탁 인사자를 다수 배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공헌한 윤장현 삼성전자 부장은 1년 만에 상무로 진급했다. 윤 신임 상무는 삼성전자 고유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SLP(Samsung Linux Platform)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SLP에 기반한 휴대전화 개발에 성공한 공로를 높이 인정받았다.

고졸 출신 김주년 무선사업부 부장도 2년 앞서 상무로 진급하는 발탁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김 신임 상무는 1986년 고졸로 입사해 애니콜 브랜드로 휴대폰을 생산하기 시작한 1993년 무선 단말 개발에 합류했다. 최근 갤럭시에 적용한 신개념 유저인터페이스(UI)와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2회 수상하는 등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삼성맨들이 최고 영예로 여기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들은 이번 인사에서도 어김없이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하상록 삼성전자 상무와 오요안 삼성SDI 상무, 이태곤 삼성전기 수석은 각각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다.

하상록 삼성전자 신임 전무는 미국 오스틴 시스템LSI 공장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오요안 SDI 신임 전무는 후발주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2년 연속 세계 2차전지 시장점유율 1위 달성을 이룩했다. 이태곤 삼성전기 상무는 혁신적 제조공법을 적용해 차세대 고부가 인쇄회로기판(PCB) 제품의 전용라인 구축에 기여했다.

해외 현지인 출신 상무 승진자도 나왔다. 이스트반 팍스코 삼성전자 헝가리법인 영업총괄은 창조적 마케팅 전개로 브랜드 위상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09년 1억8000만달러에 머물던 매출이 올해는 3억3000만달러로 증가했다. 파룩 칸 삼성전자 댈러스연구소 LAB장은 이동통신 분야 핵심특허 확보 및 표준화를 주도했다. 실비오 스타그니 삼성전자 브라질법인 휴대폰영업 담당은 차별화된 영업전략으로 중고가 시장을 선도하며 브라질 휴대폰 시장 1위를 달성한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하드리안 바우만 삼성전자 구주총괄 마케팅팀장은 2008년 6개에 불과했던 1위 제품을 11개까지 끌어올린 마케팅 전문가다. 마이클 노블릿 삼성전자 미국법인 ADC 오퍼레이션장은 연간 200만달러의 물류비를 절감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앤드루 그리피스 삼성전자 영국법인 CE 비즈팀장은 대형 거래처와의 전략적 제휴 강화와 왕실 마케팅을 주도하며 TV 및 가전부문 질적 성장을 견인했다. 버디 니코슨 삼성전자 반도체 미국생산법인 Fab기술팀장은 신메모리제품 생산 안정화를 통한 제품군 확대와 S-LSI라인 성공적 셋업에 기여했다. 더멋 라이언 삼성전자 반도체 구주총괄 영업담당은 신규 거래처 발굴 및 서버사업 강화를 통해 2009년 7억달러에 머물던 매출을 지난해에는 10억달러까지 끌어올렸다.

이건희 회장의 첫째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년 만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오너 일가 중 유일한 승진자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세 자녀와 배우자들은 모두 부사장 이상의 직급을 갖게 됐다.

[정승환 기자 / 이동인 기자]

삼성전자 첫 女부사장…힘실린`여성인재 중용론`

이번 삼성 임원인사에서는 지난해보다 두 명 많은 9명의 여성 임원 승진자가 나왔다. 또한 삼성전자에서도 첫 여성 부사장이 나와 전반적으로 여성 임원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심수옥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그룹 오너가를 제외하면 제일기획 최인아 부사장에 이어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부사장에 승진하게 됐다. 심 전무는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와 관련,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해 사내에서는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P&G를 거쳐 2006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오퍼레이션(GMO)의 브랜드 전략 담당 상무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특히 이번 심 전무의 부사장 승진에는 이건희 회장의 `여성 인재 중용론`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에서는 오너가인 이서현 부사장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30대 임원이 등장했다. 이번에 상무로 승진한 제일모직 김지영 부장(39)은 백화점 사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신사복 브랜드 로가디스를 론칭 2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제일모직 사업의 견실한 성장에 기여한 바 있다.

삼성 대졸 여성공채 출신 중에서도 최초로 여성 상무가 세 명 배출됐다. 삼성전자 김기선 부장(90년 입사), 제일모직 김정미 부장(93년 입사), 제일기획 오혜원 부장(94년 입사)이 이번에 상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선 삼성전자 부장은 갤럭시노트의 컨셉트를 제안하고 갤럭시 시리즈의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안정적 이익 창출에 공헌했다. 김정미 제일모직 부장은 `구호` 브랜드를 뉴욕에 안착시키고 신규 브랜드인 `데레쿠니` 역시 성공적으로 론칭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오혜원 제일기획 부장은 삼성전자 스마트TV 시리즈 광고를 통해 제품의 인지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 송효정 부장ㆍ이선영 부장, 삼성SDS 홍혜진 부장, 삼성증권 박경희 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송효정 부장은 멀티코어 분야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 성능개선에 큰 몫을 했고 반도체 물성 분야 전문가인 이선영 부장은 반도체 부문의 각종 분석기술 및 분석시스템 개발을 주도했다. 이번 삼성 임원인사로 9명의 여성들이 임원으로 승진해 내년 삼성그룹의 여성임원은 총 33명이 됐다.

[김제림 기자]

임원 평균연령 40대 진입…`젊은 삼성` 스타트

`뉴페이스의 전면 포진과 차세대 리더군의 보강`.

올해 501명으로 사상 최대 임원 승진인사를 낸 삼성이 새 인물들을 대거 중용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발탁 인사가 많았다. 지난해 79명의 발탁 인사를 낸 데 이어 올해도 77명이 발탁 승진했다.

삼성그룹에서는 일반적으로 부장을 단 지 만 4년이 지나면 상무 승진 대상이 된다. 상무에서 전무로 올라가는 데는 만 6년, 전무에서 부사장은 만 3년이 걸린다.

이러한 승진연한보다 앞당겨 승진하면 발탁 인사다. 올해는 부사장 발탁이 30명, 전무 발탁이 14명, 상무는 33명이었다.

이처럼 승진연한의 관례를 깬 발탁 인사가 최근 수년간 상당수 발생하면서 삼성 임원(상무~부사장)들의 평균연령이 2010년 50.2세에서 올해 49.4세로 한층 낮아졌다. 발탁이 많은 만큼 고참 임원들의 퇴진 숫자도 많다는 얘기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임원들의 평균 나이가 50세 밑으로 내려가 조직이 그만큼 젊어졌다"며 "승진자가 많다고 해서 삼성그룹 전체 임원 숫자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사실은 부사장 승진자가 48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2009년 32명, 2010년 30명과 비교하면 무려 50%나 늘었다. 이에 따라 전문경영인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 선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 고위 인사는 "전무ㆍ부사장 승진자가 역대 최고인 175명"이라며 "향후 삼성 경영을 이끌어갈 CEO 후보군을 두껍게 하고 사업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승진도 역대 최대 규모인 326명으로 실무 책임자급 임원을 보강했다. 신임 임원 중 연구개발(R&D) 인력을 중용하는 추세는 올해도 계속 이어졌다. 2009년 65명, 2010년 100명에 이어 올해 89명이 연구개발 인력이었다.

특히 삼성 브랜드의 위상 강화에 공헌한 영업ㆍ마케팅 인력의 승진 폭도 역대 최대 규모였다. 2009년 70명, 2010년 79명에 달했던 `영업통`의 승진자는 올해 92명이었다.

이번 임원 인사의 하이라이트인 부사장 승진자에는 중량감 있는 차세대 리더들이 대거 포함됐다. 우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미래전략실 팀장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전략2팀장을 맡고 있는 김명수 전무, 경영지원팀장인 전용배 전무, 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육현표 전무가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삼성전자 연구개발 인력 중에는 무려 6명의 부사장이 배출됐다. 김현석 부사장은 프리미엄 스마트TV 등의 개발을 주도하면서 삼성이 6년 연속 TV 1위를 하는 데 기여했고, 김창용 종합기술원 미래IT연구소장은 멀티미디어 분야의 혁신적 연구실적을 인정받았다. 조승환 부사장은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 김헌배 부사장은 19년 동안 휴대전화 개발 업무를 담당한 하드웨어 분야 전문가다.

영업ㆍ마케팅 전문가인 박재순 부사장은 북미 TV시장 1위 달성을 이끈 핵심 멤버이며, 배경태 부사장은 중동지역의 매출을 대폭 늘리는 데 기여했다.

아울러 `인사의 달인`으로 꼽히는 원기찬 부사장은 글로벌 핵심인력 확보, 국내외 인력의 체계적 양성과 자율출근제ㆍ워크스마트 구축에 공을 세웠다. 지재완 부사장은 해외 변호사 출신의 특허 출원, 라이선싱 분야 전문가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에 대해 과감한 발탁 인사를 실시하고 경영 성과와 실적에 상응하는 성과주의 인사 전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애플과의 치열한 스마트폰 경쟁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선 무선사업부 부문이 최대 규모의 승진자를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부사장 3명, 전무 9명, 상무 22명으로 무려 34명에 달했다.

또한 글로벌 외국 임원, 여성 임원, 고졸 출신에 대한 승진 안배를 통해 학력ㆍ성별ㆍ인종 차별 없는 공정 인사에 주력했다고 삼성 측은 덧붙였다.

[황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