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제재법 통과, 원유수입 중단 비상

2011. 12. 17. 09:28이슈 뉴스스크랩

美 이란제재법 통과, 원유수입 중단 비상
정부, 이란 금융제재 105곳 추가
한국 정부·기업 대책마련 분주 이란산 10~20%인 SK·오일뱅크 전전긍긍
중동산 의존도 90% 육박…다변화 시급 한국정부 "예외 인정해 달라" 물밑 외교
기사입력 2011.12.16 17:53:25 | 최종수정 2011.12.16 17:55:10

◆ 이란제재 후폭풍 ◆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전 세계 기업ㆍ금융회사에 대해 미국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이란 제재법안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최종 통과됐다.

이에 따라 법안이 발효될 것이 확실시되는 내년 7월부터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6620억달러 규모의 국방수권법안을 86대13으로 의결했다. 지난 14일 이미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에는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이 이뤄지는 시점부터 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이번 법안은 상원과 하원 간 법안 조정 과정에서 지난 1일 상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원안을 일부 수정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제재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을 수도 있는 권한이 행정부에 부여됐고, 제재 조치가 국제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데 행정부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당초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취했던 백악관도 이번 수정 법안에 대해서는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하면서도 동맹국가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이란 제재를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이란 제재 조치에 따른 국제 원유 가격 급등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 생산국의 증산을 유도하는 한편, 한국 일본 중국 등 이 법안의 직접적인 피해당사국에 대한 설득 작업도 착수했다.

이보다 앞서 영국과 캐나다도 이란 중앙은행 등과의 모든 금융거래를 끊는 제재 조치를 취했다.

미국 상원의 제재법안 통과에 맞춰 한국 정부도 16일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란 핵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의 99개 단체와 개인 6명 등 총 105곳을 금융제재 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입 제한은 일단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란산 석유화학 제품을 구매하는 국내 기업들에 거래 시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이란産 끊기면 비싼 원유 사와야…기름값 더 오를라 `초비상`

미국 `국방수권법안(일명 커크-메넨데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정부가 대(對) 이란 추가 제재 방안을 16일 내놨다. 지난 9일 이란에 대한 추가 금융제재를 단행한 일본에 비해선 다소 늦었지만 미국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서둘러 제재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법안이 발효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발생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적용 예외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유ㆍ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란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정부는 곤혹스러울 뿐이다.

정부는 이날 금융제재 대상만 추가하는 `최소 수준`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실시했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며 제재 수위를 더 높일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브리핑에서 "금융제재 대상은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이 앞서 추가한 것을 참고했다"며 "이란산 석유화학 제품 수입을 금지하거나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이란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들에 필요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의 석유 자원개발 등에 참여하거나 이란산 석유화학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들에 향후 미국 법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안내하겠다는 얘기다.

은 국장은 "이번 정부조치로 (당장)원유 수입에 영향받는 부분은 없다"며 "(국방수권법안에는)이란으로부터 수입량을 상당히 줄였거나 혹은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120일간 예외를 인정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정부도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국방수권법안이 발효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이란 멜라트은행 등 102개 단체와 개인 24명에 대해 한국은행 허가 없이는 외국환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제재를 가했다.

또 올해 1월부터는 제재 대상이 아니더라도 이란과 한국 간 4만유로 이상 거래에는 사전허가제가 도입됐다. 다만 이란 중앙은행에 한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도록 예외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달러나 이란 통화(리얄)가 아닌 원화로 수출입 대금을 국내에서 완결하는 `우회 경로`를 터준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이 같은 경로를 원천 차단하는 내용이다. 만약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를 강행할 경우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등은 미국 은행과 거래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전체의 9.6%에 달해 이른 시일 내에 수입 대체가 어렵다는 점을 미 행정부에 호소해 `예외`를 인정받는 게 급선무다.

우리나라가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현저히`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서 인증받으면 나머지 물량에 대한 예외를 얻어낼 수 있다.

따라서 비슷한 처지인 일본과의 연대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 당장 17~18일 열리는 한ㆍ일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이 관련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외 인정을 받더라도 100%는 힘들 전망이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간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서둘러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별다른 대비 없이 넋 놓고 있던 업계는 당황하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는 87.42%에 달했다. 6월에는 91.59%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중동산 원유 의존 비중(81.8%)을 월등히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국내 4개 메이저 정유업체 가운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기업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등 두 곳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연간 도입 물량의 약 10%가 이란산"이라며 "아직까지 이란산 원유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란산 원유가 회사 전체 도입 물량의 18~20%에 달하기 때문에 역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도입 계약을 대부분 장기로 맺은 데다 거래처와의 신뢰 관계도 있어 단번에 계약을 해지하기도 매우 힘든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가 다른 중동산에 비해 경제성이 있고 값도 저렴하다"며 "만일 이란산 원유 도입이 어려워지면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싼 돈을 주고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물량을 들여와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강계만 기자 /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