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이해하지만 공장 세워야 할판

2011. 12. 16. 09:15이슈 뉴스스크랩

전력난 이해하지만 공장 세워야 할판

전력사용량 일률적인 '10% 감축 의무화'에 공장가동 줄여야..업계 '탁상행정' 불만

 

#.한 중견 주물업체는 지난 8일 한국전력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정부시책이니 전력사용 피크타임인 오전 10시부터 12시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지난해 공장 전력사용량의 10%를 감축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 이를 어길 때마다 하루 최대 300만원을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안내도 받았다.

전력 피크타임의 사용량을 일률적으로 지난해보다 10% 줄이라는 정부 시책에 중견·중소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줄여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대기업 공장과 같이 자체 발전시설을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들에겐 정부가 정한 '10% 감축' 기간(53일)동안 최대 1억원 이상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당혹스럽다.

그러나 정부는 한파가 닥친 와중에 원자력발전소까지 멈춰 서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블랙아웃'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울진 1호기와 고리 3호기 등 잇따른 원전 고장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전국 발전소ㆍ전력계통 설비에 대한 집중 조사와 제도 감사를 통한 전력공급 차질방지 대책 △전력 수요 감축방안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 홍보대책 등이 논의됐다.

중견 중소기업들은 이 같은 전력난을 이해하면서도 공장가동에 따른 생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정부의 절전 대책이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는 사실 조차 전혀 알지 못하다가 갑작스런 통보를 받기도 했다.

주물업체들의 경우에 금속을 녹이는 전기로를 사용해야 주물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사용이 절대적이다. 정성모 인천경인주물공단사업조합 상무는 "주물 공장은 다른 공장처럼 생산라인 개수를 조절하거나 전기량을 낮출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전기로의 용해 온도가 유지 안되면 불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4시간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레미콘 업계도 주물업계와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가구 업계 역시 이번 정책대로라면 공장가동을 줄여야 해서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사무기기, 난방, 조명 등 시설에서 이미 절전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들은 결국 공장의 기계가동을 멈추지 않고선 10% 감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 중견 가구업체 관계자는 "MB정부가 추진해 온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적극 호응해 이산화탄소 배출 시설을 전부 없애고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시설로 모두 교체한 상태"라면서 "10% 감축할 경우 공장 생산라인시설의 3분의1은 가동을 중단해야하는데 봄철 성수기에 맞춰 제품을 제 때 생산하지 않으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겨울 제철 상품을 팔아야 하는 식품업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겨울철 신상품 출시를 위해 신증설을 마치고 가동에 들어간 상태인데 갑자기 정부가 10% 전기사용 감축을 통보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 감축'의 예외를 요청할 경우에 별도의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기업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10% 감축을 의무화하는 불가피한 측면은 있겠지만 당장 중소기업들이 당황해 하고 있다"며 "또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료 원가부담이 큰 중소기업들로서는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우 장관은 전력사용량 10% 의무감축이 중소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업들의 사정을 면밀히 들여다봐서 융통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는 영세사업자나 중소기업의 이의신청을 받아 정상 참작을 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