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지도에 서울은 없다

2012. 1. 13. 09:35C.E.O 경영 자료

외국인 투자지도에 서울은 없다
2년새 3분의 1 토막 … 사람·돈 몰리는 `아시아의 뉴욕` 전략 펴야
글로벌 앵커기업 반할 인프라에 또 오고싶은 펀시티
서울만의`MERIT`로 외국인투자 1번지 거듭나야
기사입력 2012.01.12 17:38:29 | 최종수정 2012.01.12 18:26:41

서울시는 지난 2010년 7월 강서구 마곡지구에 2012년까지 26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이 유치한 글로벌 기업은 1곳(솔베이)뿐이다. 이마저도 지식경제부와 코트라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기구(인베스트코리아)가 주축이 돼 2년간 공들인 결과다.

서울시는 지금 마곡지구의 단지개발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스스로 접촉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도 없다. 26개 글로벌 기업 유치 목표는 공염불에 그칠 게 뻔하다.

서울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8년 64억9500만달러에서 2009년 42억5100만달러, 2010년 26억7600만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서울과 비슷한 글로벌 위상을 지닌 싱가포르는 2008년 85억8800만달러, 2009년 152억7900만달러, 2010년 386억3800만달러로 2년째 두 배가량 상승했다.

서울의 투자 유치가 겉도는 것은 치밀하고 장기적인 전략 없이 서울을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로 키우겠다고 큰소리만 친 결과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외자 유치 전략을 다시 수립해 `원 아시아` 시대의 핵심도시로 부상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람과 돈이 몰리는 `아시아의 뉴욕`으로 자리매김토록 함으로써 경제적 부가 모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전이나 지금이나 세계의 중심으로 독주하고 있는 미국 뉴욕은 비즈니스 오락 먹거리 문화 예술 등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해주고 있다. 지난 한 해 뉴욕을 찾은 방문객은 5000만명을 돌파했다. 2006년 설립된 뉴욕관광청이 뉴욕을 즐거움이 넘치는 도시로 마케팅하는 계획을 착착 진행시킨 결과다.

뉴욕관광청 관계자는 "일주일에 150개가 넘는 지하철역 공연, 이름 없는 예술가들의 길거리 공연, 음식의 수도란 이미지를 심은 레스토랑 위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체계적인 계획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은 "과거에 사람이 뉴욕을 만들었다면 이젠 뉴욕이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뉴욕의 문화적 역동성과 상상력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도시의 경제적 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외국기업이 뉴욕에 대한 투자만큼은 늘렸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뉴욕의 FDI는 2007년 98건에서 2008년 16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어 2009년 178건, 2010년 232건, 지난해 266건으로 매년 오름세다.

매일경제신문은 전문가그룹에 대한 심층취재를 통해 △돈 벌 기회(money)와 △즐거움(entertainment)이 넘쳐나면서 △규제개혁(relations)과 △창조(innovation) 이미지를 △민관이 함께 세계와 공유(two-way approach)하는 서울의 투자유치 전략을 도출했다.

◆ 서울을 아시아의 뉴욕으로 / 매경 5大 제언 ◆

`뉴욕 1위, 싱가포르 9위, 서울 16위.` 세계 최대 회계법인 네트워크인 PwC와 `The Partnership for New York City`가 지난해 26개 세계 주요 도시의 부문별 경쟁력을 샅샅이 공동 조사한 결과다. 서울이 뉴욕 같은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외국의 투자유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매일경제가 심층취재를 통해 5대 제언을 마련했다.

돈 벌 기회가 많아야 사람이 몰리는 법이다. 사람이 많을수록 돈 벌 기회가 늘어나고 투자자본과 인적자원이 더 몰려드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서울의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키워드로 `머니`를 제시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돈이 벌리는 도시` `사업 기회가 항상 열려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의 성공적인 투자유치 모델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엄청난 감세혜택과 규제완화를 해줘도 결국 돈이 벌리지 않는다면 투자자나 기업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인 베인앤컴퍼니는 글로벌 앵커기업 유치를 위해 밸류체인을 제시하고 성공적으로 해당 기업을 안착시키는 사례를 하나의 `성공모델`로 만들라고 제언했다. 일단 사업에 성공한 모델이 생기면 그 사례를 갖고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설득할 수 있다는 것.

밸류체인이란 한 기업이 들어왔을 때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종합 인프라스트럭처다. 인적자원을 쉽게 활용할 수 있고 물류ㆍ유통에도 어려움이 없으며 협력업체와의 물리적 거리는 물론 소통과 협력도 쉬워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는 "포천 500대 기업 중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기업을 찾고 그중에서 서울에서 비즈니스가 가능한 기업을 타기팅하고 설득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때 서울은 해당 글로벌 기업에 확실한 밸류체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컨설팅사의 이정훈 파트너는 "후보 기업 리스트를 만들고 용지 활용 계획을 마련한 뒤 장기계획을 수립해 하루빨리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서울시장이 직접 뛰어 하나의 성공사례만 만들어내면 글로벌 기업들에 서울이 매력적인 도시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하나의 성공사례가 탄생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투자유치 메커니즘이 만들어지고, 시장이 직접 뛰었기 때문에 공무원들도 하나의 모범사례를 갖고 열심히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지방은 물론 수도권 어떤 도시보다 인적자원과 시장이 우수하다"며 "땅값을 고려해도 외자유치나 글로벌 기업 유치에 있어 서울만한 경쟁력을 갖춘 도시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서울은 앵커기업에 전략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밸류체인의 요소가 많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서울시는 `낙제점`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와 KOTRA가 지난해부터 `앵커기업 타기팅+밸류체인 제시`라는 접근법을 갖고 해외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서울시와의 유기적인 협조가 거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유치 경험이 많은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직접 발로 뛰면서 글로벌기업에 먼저 다가가 심층적으로 서울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그들이 서울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결실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글로벌 화학기업인 솔베이의 서울 유치는 이를 말해준다.

정부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기구인 `인베스트코리아`는 2009년부터 퀄컴, 존슨앤드존슨, GE, 솔베이, 머크, 바스프, 다우케미컬 등 총 11개사를 상대로 한국 기업과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시도한 끝에 솔베이 유치에 성공했다. 인베스트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적극적인 관심부터 갖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솔베이의 서울 선택이 말해준다"며 서울시의 분발을 주문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홍명종 변호사는 "해외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서울시에 투자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성과 이 수익의 유지성"이고 "기반을 갖춘 뒤에는 이를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오면 돈이 벌린다는 걸 계속 홍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외국인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하는 투자유치과 홈페이지에는 업무 소개 외에 별다른 자료도 없다. 이와 달리 런던의 경우 IFSL(International Financial Services, London)이라는 민간기구가 이 같은 리서치 및 통계를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정의종 변호사도 "런던이나 도쿄, 홍콩 등 외국인들이 이미 잘 아는 도시라면 모를까, 서울 같은 후발주자 입장에서 적극적인 홍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때 `범죄도시`라는 이미지로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돼 있던 뉴욕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젊은이들과 비즈니스맨들이 몰려드는 `펀 시티(Fun)`가 됐다.

기본적으로는 2000년대 전후로 급격히 활성화된 금융시장의 역할도 있었지만 `섹스 앤드 더 시티` 같은 전 세계 히트 드라마를 뉴욕의 상징으로 만들어 낸 것이 더 큰 요인이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들이 브런치를 먹던 장소, 쇼핑을 하던 지역 자체가 스토리로 연결돼 예전에 뉴욕을 찾았던 사람도 다시 방문하게 만들고 추억을 선사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모이니 소비가 활성화하고 돈을 벌기 위한 기회가 열린다. 뉴욕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금융위기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다.

반면 한국은 `펀(Fun)한 도시`이기는커녕 `뻔한 도시`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과 일본인 관광객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정해진 쇼핑 코스와 큰 감동 없이 수박 겉 핥기로 보는 고궁, 홍콩에 못미치는 야경 정도가 서울의 전부다. 부담 없이 한두 번 다녀갈 수는 있지만 특별히 다시 찾을 이유는 많지 않다.

서울이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한류` 열풍을 스토리로 재탄생시켜 곳곳에 명소를 만들고 `체험 클러스터`를 만들면 서울도 얼마든지 `펀 시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송지혜 베인앤컴퍼니 상무는 "미국 멤피스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영국의 스트래트퍼드 온 에이븐(Stratford-on-Avon)은 셰익스피어가 먹여살린다"며 "단순히 누가 태어난 곳의 의미가 아니라 미래의 뮤지션, 미래의 대문호를 꿈꾸는 사람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스토리를 만들어 판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송 상무는 "하지만 우리는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대박을 친 이후에도 그저 드라마 속 벤치에서 사진 찍는 정도로 상품화가 끝났다"며 "이는 유기적인 스토리 재구성과 체험 클러스터 형성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한류 드라마 촬영장소와 한류 가수들의 기획사ㆍ공연장이 있는데 이것들이 전부 따로 놀고 있다"며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각 영역을 종합할 수 있도록 하고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로 분화돼 있는 지역에 각각의 스토리를 입혀 체험 클러스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체험 클러스터가 활성화하면 한 번 서울을 찾은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남아 곧바로 입소문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처음에는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을 노리고 관광 자본부터 투자가 이뤄진다. 사람이 붐비면 다른 글로벌 기업의 진출이나 외국인 직접투자도 활발해진다는 얘기다.

홍명종 변호사는 서울에 국제기구를 유치해 `컨벤션`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도 서울을 `펀 시티`로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 변호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본부가 위치한 필리핀 마닐라를 예로 들면서 "마닐라는 1960년대 말 ADB를 유치한 이후 주변 컨벤션 산업 등이 함께 발달하는 호황을 누린 바 있다"며 "서울도 이런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기구를 유치한 뒤 국제회의 및 행사를 할 수 있는 컨벤션 산업을 발달시키고 더 나아가 컨벤션 참가자들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류를 더하면 외국인들에게 ■ 서울 투자전략 어떻게 만들었나

즐길 거리를 제공해주는 문화산업은 자연스럽게 외국인을 끌어들 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매일경제는 서울 투자유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전략(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정부와 KOTRA, 컨설팅사와 회계법인, 로펌(법률사무소)과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들 기관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려는 외국기업들이나 투자자들을 상대로 컨설팅하면서 직접 겪었던 다양한 어려움을 취재할 수 있었고, 해법 역시 공통된 의견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산업이나 외자를 유치할 때에는 서울의 용지 확보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견에 따라 도시경제학 권위자인 김경환 서강대 교수와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규제 탓`은 그만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이성용 베인&컴퍼니 대표는 "글로벌 기업 컨설팅 과정에서 규제 문제로 공무원을 만나다 보면 항상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있다"며 "누가 먼저 어떤 규제를 풀 것인가를 지적할 것이 아니라 직접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정부 측에 확인해본 결과, 투자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던 규제들은 최종 성사 때까지 상당수가 풀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인&컴퍼니는 서울시에 상설적인 기구로 `투자 활성화ㆍ규제 완화 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투자유치기구 따로, 규제완화기구 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동시에 해결해야 할 일로 인식한 상태에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서울을 `머니 시티`로 만들기 위한 `앵커기업 타기팅 및 밸류체인 제시` 전략을 짜고 이를 외국에 제대로 알리는 일이다.

캐나다의 유력 컨설팅 회사인 MMK는 세계 주요 도시의 인건비, 시설비용, 세금 등을 종합비교하고 순위까지 매긴 보고서(Competitive Alternatives)를 매년 발간한다.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전 세계 각국 대사관과 대형 회계법인 등에 공급되는데, 해마다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 MMK 보고서에서 서울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매년 MMK 보고서를 공급받아 주한 외국대사관에 공급해주고 있는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서울의 외자 유치가 정체돼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서울시가 서울의 장점에 대한 정보들을 알리는 걸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외국대사관 상무관들은 MMK 보고서에 관심이 많다"면서 "이들이 서울에 대한 경쟁력지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자국에 서울이 투자하기에 적합한 도시라는 보고를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S회계법인 관계자는 "서울시가 도시경쟁력에 별 관심이 없다 보니 주요 도시 목록에서 서울은 빠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도 비슷한 상황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한 외국 기업을 서울에 유치하기 위해 설명회를 할 생각으로 서울만의 특징을 총망라해 담은 보고서를 찾아봤지만 허사였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시가 매년 투자를 유치한다고 이런저런 목적으로 쓰는 비용이 포괄적으로 100억원 정도 된다"면서 "그 돈을 차라리 서울의 도시경쟁력지수를 만드는 데 쓰라"고 조언했다.

서울에 진출해 있는 각국 대사관을 비롯한 기관과 기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많았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준민 미국변호사는 "서울시장이 직접 투자 유치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서울은 지난 10년간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학계ㆍ컨설팅사ㆍ로펌 전문가들은 공히 "서울이 수년 안에 동북아 금융허브로 거듭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애초 목표를 잘못 설정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서울에 있는 공기업도 부산으로 옮기는 마당에 서울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구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어와 규제의 장벽이 있는 서울에 가장 `몸이 가벼운` 글로벌 금융사들이 들어올 유인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준민 법무법인 세종 미국변호사와 정의종 태평양 변호사도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세계적인 금융사들 대부분이 이미 아시아 지역 헤드쿼터를 홍콩ㆍ상하이 등에 설치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경우 영국의 통치를 받던 시절 영어권 외국인을 위한 학교와 병원 등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갖춰져 있어 생활에 불편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상하이는 인프라스트럭처 측면에서는 한국보다 뒤떨어질지 모르나 한국의 몇 십 배 규모로 성장하게 될 중국 금융시장의 미래를 감안하면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와 비교할 때 서울은 금융허브로 키울 만한 별다른 장점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오히려 "제조업 유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을 냈다.

이정훈 베인&컴퍼니 파트너는 "하이테크 산업과 제약ㆍ바이오 산업은 용지도 충분히 있고 인적자원풍부한 서울이 높은 유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LG전자는 수년 전까지 금천구에 있는 공장에서 큰 오염물질 배출 없이 넓지 않은 공간에 제조라인을 설치하고 휴대폰을 생산해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며 "이처럼 전자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한데 제약이나 바이오는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곡 용지에 화이자 같은 제약회사를 유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이미 만들어진 각종 IT단지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한편 국제적인 제약ㆍ바이오 기업을 서울로 끌고오도록 해야 한다. 실제 기업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서울의 인적자원과 유통ㆍ교통 인프라스트럭처를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 파트너는 "흔히 `서울은 과밀화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런던 싱가포르 상하이 등 유수 도시와 경쟁한다는 측면에서는 서울은 결코 과밀화된 도시가 아니다"며 "아직도 (클러스터화할)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 아주 많다"고 덧붙였다.

백성준 한성대 교수는 "낡은 상공업 용지를 용도 변경해 쓰는 것은 명분도 있고 다른 용지 활용에 비해서는 비교적 쉽다"며 "기존 상암DMC 2단계 사업지구를 특화해 외국인투자특구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에 투자하고자 해도 조언이나 도움을 주는 기관이 마땅히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예 민관 합동의 양방향(Two-Way)에서 접근해 투자를 유치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성용 베인&컴퍼니 대표는 "컨설팅을 하다 보면 해외 기업인들이 서울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도 각종 규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누구를 만나 어떤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지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아 답답해 한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들은 사실 특별히 외국인 투자자나 글로벌 기업인을 만날 유인이 별로 없고 의사소통 문제까지 겹치면 결국 서울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던 외국인도 포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파트너는 "공공 프로젝트에 역량이 있는 다양한 에이전시 펌을 활용하거나 아예 민관 합동의 에이전시를 서울시가 함께 만든 뒤 외국인 투자 유치, 글로벌 기업 유치를 하도록 하고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경쟁이 붙으면 민간 에이전시는 투자 유치를 위해 자연스레 발벗고 나서고 공무원과 외국인 투자자ㆍ글로벌 기업인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통로로 작용하게 된다"며 "오직 성공했을 때에만 강력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세금 낭비 시비도 사라지고 서울시는 좋은 투자를 유치하는 윈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투자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3~4차례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 온 공무원에게 계약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점이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서울시 공무원이 직접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이후 투자활동까지 관리할 경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먼저 계약서를 작성할 때 나타나는 문제다. 계약서 작성을 위해선 법률적 지식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한 법률적 지식만 갖고 될 문제가 아니다.

몇 해 전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계약서에 꼭 넣어야 했던 외국회사만 입주한다는 조항을 빠뜨려 프로젝트 진행이 매끄럽지 못할 뻔한 적이 있다. 계약 당시 서울시 측 대리를 맡았던 변호인이 외국인 투자자와의 계약 경험이 풍부했더라면 미리 막을 수 있는 문제였다.

[기획취재팀 = 민석기 팀장 / 김동은 기자 / 고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