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손실이 '56조원'...건강수명 늘리자

2012. 2. 5. 10:19건축 정보 자료실

아프면 손실이 '56조원'...건강수명 늘리자

[이로운 살림살이 이야기]<3>내 건강 지켜 사회비용 줄이는 실천법 머니투데이 | 이경숙 기자 | 입력 2012.02.04 10:33 | 수정 2012.02.04 11:08

↑안성의료생협의 치과의원에서 조합원이 진료를 받고 있다. ⓒ이경숙 기자





그런데 수술비는 보험으로 처리한다고 쳐도 소득기회를 잃는 타격이 컸다. 맞벌이 부부인 그의 가정엔 갚아야 할 부동산 빚이 있었다. 이 씨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은 손실을 일으킨다. 치료비, 입원비 같은 직접 비용뿐 아니라 소득기회의 상실 등 간접비용도 든다. 1년에 질병으로 일어나는 직간접 비용은 2007년 기준으로 56조633억 원이었다.

이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암, 순환기계 질환 등 예전엔 사망을 일으키던 질병이 만성질환이 되면서 질병비용을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에 질병비용의 증가는 내 살림뿐 아니라 나라 살림에도 부담이 된다.

◇기대수명 80세, 건강수명 71세 그러면 9년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연말 발표한 '건강수명 시대의 도래' 보고서는 정부에 건강수명 연장을 건강관리 정책의 목표로 삼으라고 권고했다. 예방의학 기술개발, 비만과 흡연 등 준 질환에 대한 투자 확대도 제안했다.

이미 기대수명은 충분히 연장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1990년에 71.3세이던 평균수명이 2010년에는 80.8세로 해마다 0.5년씩 꾸준히 길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건강수명이다. 건강수명은 질병이 없는 상태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수명을 말한다. 한국은 기대수명이 80세인데 반해 건강수명은 71세다. 수명이 길어져도 9년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살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의 몸은 장기마다 수명이 있다. 눈은 수명이 60~70년, 귀는 70~80년이다. 그런데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나 비만 같은 준 질환이 있으면 장기들의 수명이 줄어든다. 삶의 질도 낮아진다.





◇만성질환 예방·주치의제도 도입해야=

보건전문가들은 질병비용을 장기적으로 줄이고 늘어난 수명만큼 삶을 더 오래 만끽하려면 질병 치료보다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만성질환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질병의 예방과 관리, 건강증진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건강위해품목의 소비와 생산을 줄이고, 건강친화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증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치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높다. 이현주 씨는 직장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았지만 그동안 뇌를 정밀하게 검사 받지 않았다. 무심코 검진종목으로 선택하지 않고 지나친 것이다. 주치의가 있어 건강검진 이력을 챙겨줬다면 종양이 커지기 전에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보라 안성의료생협 전무는 "건강검진은 규칙적으로 받는 것과 함께 그간 쌓인 검진결과를 추적조사 하는 게 중요하다"며 "내 건강상태를 추적하면서 봐주는 주치의 혹은 전담의사를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나만의 주치의 만드는 법=

영국 등 외국에선 가족 단위로 주치의를 두고 건강검진과 예방, 1차 진료 등 기본적인 건강을 관리하게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치의제도는 입법 단계로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현재 의료체제에서도 나만의 주치의를 만드는 방법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정병원' 제도와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을 활용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년마다 한 번씩 지역세대주, 직장가입자, 만 40세 이상 세대원과 피부양자에게 건강검진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때 안내장을 보면 '지정병원'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정병원' 중 개인병원 한 곳을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병원으로 삼고 의사와 관계를 쌓아두면 내 건강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의료생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도 좋다. 의료생협들은 출자금을 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무료 검진을 받지 못하는 만 40세 미만 조합원에겐 1년에 1번, 40세 이상 조합원에겐 2년에 한번 무료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생협의 의사들은 조합원의 평소 생활 여건이나 병력, 가족력, 건강 상태, 복용약 등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한다. 그러므로 의료생협 조합원이 되면 외국의 주치의 못잖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건강수명 늘리기에 가장 중요한 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박봉희 한국의료생협연합회 부설 교육연구센터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자기의 건강 책임을 높이는 건 곧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식사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건강의 기본"이라며 "혼자 하기 어려울 땐 주변의 생협이 운영하는 건강실천단이나 보건소를 찾아가 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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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의료생협이 운영하는 건강실천단이 식품첨가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함께의료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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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경숙기자 k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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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경숙기자][[이로운 살림살이 이야기] < 3 > 내 건강 지켜 사회비용 줄이는 실천법]

모 기업 조사팀장인 이현주 씨(39, 가명)는 말이 어눌해지는 게 이상해 정밀검사를 받았다가 뇌종양을 발견했다. 가끔 머리가 아프고 호흡이 가빠지는 걸 느끼긴 했지만 업무 스트레스 탓으로 여겼던 터였다. 결국 그는 의사 권고에 따라 회사를 휴직하고 집에서 요양하면서 적당한 수술시기를 찾기로 했다.





↑안성의료생협의 치과의원에서 조합원이 진료를 받고 있다. ⓒ이경숙 기자





그런데 수술비는 보험으로 처리한다고 쳐도 소득기회를 잃는 타격이 컸다. 맞벌이 부부인 그의 가정엔 갚아야 할 부동산 빚이 있었다. 이 씨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은 손실을 일으킨다. 치료비, 입원비 같은 직접 비용뿐 아니라 소득기회의 상실 등 간접비용도 든다. 1년에 질병으로 일어나는 직간접 비용은 2007년 기준으로 56조633억 원이었다.

이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암, 순환기계 질환 등 예전엔 사망을 일으키던 질병이 만성질환이 되면서 질병비용을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에 질병비용의 증가는 내 살림뿐 아니라 나라 살림에도 부담이 된다.

◇기대수명 80세, 건강수명 71세 그러면 9년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연말 발표한 '건강수명 시대의 도래' 보고서는 정부에 건강수명 연장을 건강관리 정책의 목표로 삼으라고 권고했다. 예방의학 기술개발, 비만과 흡연 등 준 질환에 대한 투자 확대도 제안했다.

이미 기대수명은 충분히 연장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1990년에 71.3세이던 평균수명이 2010년에는 80.8세로 해마다 0.5년씩 꾸준히 길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건강수명이다. 건강수명은 질병이 없는 상태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수명을 말한다. 한국은 기대수명이 80세인데 반해 건강수명은 71세다. 수명이 길어져도 9년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살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의 몸은 장기마다 수명이 있다. 눈은 수명이 60~70년, 귀는 70~80년이다. 그런데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나 비만 같은 준 질환이 있으면 장기들의 수명이 줄어든다. 삶의 질도 낮아진다.





◇만성질환 예방·주치의제도 도입해야=

보건전문가들은 질병비용을 장기적으로 줄이고 늘어난 수명만큼 삶을 더 오래 만끽하려면 질병 치료보다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만성질환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질병의 예방과 관리, 건강증진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건강위해품목의 소비와 생산을 줄이고, 건강친화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증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치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높다. 이현주 씨는 직장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았지만 그동안 뇌를 정밀하게 검사 받지 않았다. 무심코 검진종목으로 선택하지 않고 지나친 것이다. 주치의가 있어 건강검진 이력을 챙겨줬다면 종양이 커지기 전에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보라 안성의료생협 전무는 "건강검진은 규칙적으로 받는 것과 함께 그간 쌓인 검진결과를 추적조사 하는 게 중요하다"며 "내 건강상태를 추적하면서 봐주는 주치의 혹은 전담의사를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나만의 주치의 만드는 법=

영국 등 외국에선 가족 단위로 주치의를 두고 건강검진과 예방, 1차 진료 등 기본적인 건강을 관리하게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치의제도는 입법 단계로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현재 의료체제에서도 나만의 주치의를 만드는 방법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정병원' 제도와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을 활용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년마다 한 번씩 지역세대주, 직장가입자, 만 40세 이상 세대원과 피부양자에게 건강검진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때 안내장을 보면 '지정병원'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정병원' 중 개인병원 한 곳을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병원으로 삼고 의사와 관계를 쌓아두면 내 건강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의료생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도 좋다. 의료생협들은 출자금을 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무료 검진을 받지 못하는 만 40세 미만 조합원에겐 1년에 1번, 40세 이상 조합원에겐 2년에 한번 무료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생협의 의사들은 조합원의 평소 생활 여건이나 병력, 가족력, 건강 상태, 복용약 등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한다. 그러므로 의료생협 조합원이 되면 외국의 주치의 못잖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건강수명 늘리기에 가장 중요한 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박봉희 한국의료생협연합회 부설 교육연구센터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자기의 건강 책임을 높이는 건 곧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식사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건강의 기본"이라며 "혼자 하기 어려울 땐 주변의 생협이 운영하는 건강실천단이나 보건소를 찾아가 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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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의료생협이 운영하는 건강실천단이 식품첨가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함께의료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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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경숙기자 k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