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美 성장 동력? 이제는 제조업에서 찾는다

2012. 2. 7. 17:30C.E.O 경영 자료

소비가 美 성장 동력? 이제는 제조업에서 찾는다

[美경제 예상보다 강하다]② 디레버리징·통화완화·제조업 육성이 회복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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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미국의 고용지표가 지난해 12월에 이어 1월에도 큰 폭 개선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접어 들었는지 조심스러운 반응이지만 최근 나오는 경제지표 대부분은 미국 경제가 예상 이상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경제 근간의 건강함을 이코노미스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3회에 걸쳐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고한 이유를 살펴보고 탄탄한 회복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점검해본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 전망의 승리는 언제나 비관론자의 몫이었다. 미국 경제는 살아나는 듯하다 다시 꺾이기를 반복하며 더디고 낮은 회복세로 낙관론자를 실망시켜왔다.

이렇게 3~4년이 지나자 대세는 비관론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기사에서 "주류 전망이 어두워졌다"며 "미국 경제가 회복은 하겠지만 매우 더딜 것이고 수백만명이 수년간 실업 상태로 남아 있어 성장이 성장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이어 "지금 가장 비주류 관점은 기업이 다시 투자를 시작하면서 경제가 견고한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라며 지난 2007~2008년에 위기를 예상했던 극소수 비관론자가 맞았듯 이번에도 "비주류가 맞기를 희망하자"고 덧붙였다.

NYT의 희망이 실현될지는 의문이지만 최소한 미국 경제가 주류 이코노미스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건강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금융위기의 원흉이었던 금융회사와 가계의 부채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주요 10개 국가 가운데 미국이 가장 빠르게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미국 금융산업 부채는 2008년말 8조달러에서 올 1월 현재 6조1000억달러로 줄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이미 신용버블 이전인 2000년과 같은 40%로 내려갔다. 미국 가계 부채 역시 같은 기간 5840억달러, 가처분 소득 대비 15%포인트 감소했다.

맥킨지는 미국 가계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부채를 줄여 나가면 내년 중반에는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버블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디레버리징 과정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주요 국가 가운데) 민간 부문 부채 축소를 가장 많이 진행했고 성장세가 반등하면서 완만한 공공부채 축소를 지원할 수 있는 디레버리징 2단계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가 2009년 2분기를 마지막으로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음에도 장기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던 가장 큰 원인은 금융위기가 남긴 막대한 민간 부문 부채였다. 부채 문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초강력 통화완화 정책마저 무력하게 만들었다.

FRB에서 활동했던 조셉 개그논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개인과 기관들은 부채를 줄여 재무제표를 개선해야 했는데 여기엔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부채를 줄이는데 저금리가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기 침체 때만큼 즉각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부채가 줄면 FRB의 정책 효과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FRB는 2014년말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며 "엄청나게 강력한 통화정책이 경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힘을 발휘하면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예상보다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회생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도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24일 신년 국정연설 65분 가운데 절반인 30분을 경제에 할애했다. 당시 가장 많이 주목 받은 정책은 부자 증세였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에 의미 있는 것은 제조업 회생에 대한 의지였다.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30년간 추세적으로 감소했지만 지난 2년간은 특이하게도 33만개가 늘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이 대단한 기회를 맞고 있다"며 해외에서 미국으로 제조업 기반을 이전하는 기업에는 대규모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근로자 훈련을 지원하며 무역 규제와 지적재산권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지난 1월 콘퍼런스 보드의 소비자 기대지수가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경기 회복세의 지속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지표는 긍정적이지만 GDP의 3분의 2를 소비가 차지하는 만큼 소비 회복이 경제 성장에 결정적이란 의견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 초점이 제조업에 맞춰져 있다면 미국 경제는 과거 소비 주도의 회복과 다른 양상의 경기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기구인 수출입은행의 프레드 호츠버그 회장은 "지난 30년간 미국의 경제 성장은 미국 소비자에게 의존했지만 이제 우리는 신흥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인프라 투자에서 성장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경제회의의 진 스펄링 의장도 "제조업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 이상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며 제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했다. 또 "선진 제조업은 국가의 혁신 역량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