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무역 흑자 낙관은 일러… 관세 인하 효과도 미지수

2012. 2. 22. 09:08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미무역 흑자 낙관은 일러… 관세 인하 효과도 미지수

경향신문 | 안호기·김준기·김보미 기자 | 입력 2012.02.21 22:12 | 수정 2012.02.22 02:2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3월15일 발효되면 한국은 9061개 품목에 붙는 관세를 즉시 없앤다. 한국이 관세를 철폐키로 한 품목은 1만1261개다. 미국도 1만505개 품목에 붙는 관세를 없애는데, 즉시 철폐 대상은 이 중 82.1%다.

정부는 미국과의 FTA로 대미 무역흑자가 연평균 1억3800만달러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EU) FTA의 경우 올해 1월까지 7개월간 무역수지 흑자가 7억475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6억4315만달러)에 비해 92.3%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거대 경제권과의 FTA에서는 소규모 국가의 흑자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품목별 관세 인하폭을 보면 미국산 수입 승용차에 붙는 관세 8%는 발효와 함께 4%로 낮아지고, 4년 뒤부터는 아예 없어진다. 배기량 2000㏄ 초과 차량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도 10%에서 8%로 낮아진다. 미국차에 붙는 관세가 4%로 내려가면 개별소비세 인하분까지 감안해 6% 정도의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긴다. 포드 토러스 3.5는 국내에서 5240만원에 판매되지만 FTA 발효 후 310만원 정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미국 공장에서 만드는 일본차와 독일차의 가격도 낮아진다.

현재 5단계로 나뉘어 있는 국내 자동차세는 FTA 발효 후 3단계로 단순화하고 세율도 낮춘다. 배기량에 따라 1000㏄ 이하는 1㏄당 80원, 1001~1600㏄ 140원, 1600㏄ 초과 200원 등이다.

미국산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도 내려간다. 그러나 대부분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져 당장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돼지 삼겹살에 붙는 관세 22.5%는 10년 뒤 완전 철폐한다. 해마다 2.25%씩 인하하기 때문에 FTA가 발효되더라도 미국산 삼겹살 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유기농 포도즙(관세율 45%), 체리(24%) 등은 발효와 함께 관세가 사라진다. 미국산 와인에 붙는 관세 15%도 즉시 없어진다. 현재 국내 소비량이 많은 오렌지, 포도, 호두 등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돼 가격 인하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힘들다.

농민 피해는 구체적이다. 정부가 향후 15년간 예상한 농어업 피해 규모만 12조6683억원에 이른다. 한 해 평균 8445억원이다. 반면 국내 소비자들이 관세 철폐에 따른 효과를 직접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한·EU FTA 발효로 관세가 8%에서 5.6%로 낮아지면서 BMW와 벤츠는 가격을 1.3~1.4% 낮췄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편의장치 추가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 오히려 FTA 발효 전보다도 가격이 0.5~0.7% 높아졌다. 루이뷔통, 샤넬, 프라다와 같은 유럽 명품 브랜드도 FTA 발효 후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려 관세 인하 효과를 고스란히 마진으로 챙기고 있다.

< 안호기·김준기·김보미 기자 haho0@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