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정치신인 '품귀' 이유 있었네

2012. 3. 3. 08:4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30대 정치신인 '품귀' 이유 있었네

정당들 발굴 노력 없이 비례대표로 생색내기만
지역구는 크게 줄어 17대 23명→18대 3명
젊은층 정치 외면 자초
한국일보 | 입력 2012.03.03 02:39

 

4ㆍ11 총선 무대에서 뛸 '30대 신인 주자'들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2030세대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서 세대 간 표심 균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여야 정치권의 30대 신진 수혈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30대가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여야 정당이 30대 신인 발굴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99명을 공천한 민주통합당에서 공천을 받은 30대는 딱 2명이다. 경남 마산을의 하귀남(39) 후보와 대구 달서병의 김철용(37) 후보인데, 이들 모두 민주당 약세 지역인 영남권에 출마한다. 경선 지역으로 선정된 48개 선거구에서 경선 후보로 나서는 30대도 4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최근 전략 공천을 염두에 두고 외부 인사 10명을 영입했지만 여기에도 30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지역의 공천 결과가 남아 있지만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한 30대가 전체 신청자(713명) 중 27명에 불과해 당내 경선을 뚫고 본선에 나설 수 있는 30대는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청년 비례대표를 공모해 2030세대 4명을 뽑아 젊은 세대를 끌어안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지역구에서 경쟁력 있는 신진 인사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유니온의 김영경 전 위원장은 "지역구에서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이벤트 성격이 짙은 청년 비례대표제로 생색만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1차 공천자 21명만 발표한 상태이지만 애당초 공천 신청자(972명) 중 30대가 14명에 불과해 외부 인재를 대폭 영입하지 않는 한 30대 후보는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는 선거인데도 여야 양대 정당에서 공천을 받는 30대 인사가 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국회에서는 매번 금배지를 단 30대 인사만도 적게는 6명에서 많게는 20명이 넘게 등장했다. 13대 국회가 시작될 때에는 이해찬(당시 35세) 정몽준(당시 36세) 이인제(당시 39세) 강삼재(당시 35세) 등 30대 지역구 의원이 11명에 이르렀다.

14대에서는 신계륜(당시 37세) 등 6명, 15대는 추미애(당시 37세) 김민석(당시 31세) 등 7명이 지역구를 통해 국회에 진출해 세대 교체 주역이 됐다. 특히 16대 국회에서는 송영길 원희룡 임종석 등 386 세대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했고, 17대 선거에서는 '탄핵 역풍'을 타고 30대 인사가 무려 23명이나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 18대 국회에선 홍정욱 김세연 등 30대 지역구 당선자가 4명에 그쳤다. 요즘 추세대로 공천한다면 19대 국회에서도 30대 의원 빈곤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386세대의 뒤를 이어 정치권에 진출해야 할 '포스트 IMF 세대'가 기성 정당과 구조적으로 단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30대는 이전과 달리 집단적 정치 경험이 없고 경제적 자산이 취약한데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도 극심해 정치에 직접 뛰어들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정당정치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므로 기존 정당들은 이들을 어떻게 포용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