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경제 '시계' 덕에 살았네

2012. 3. 3. 08:50지구촌 소식

스위스 경제 '시계' 덕에 살았네

한국경제 | 입력 2012.03.02 18:31 | 수정 2012.03.03 01:19

 

스위스프랑 강세에도 정밀기계 수출로 플러스 성장

스위스가 예상을 깨고 지난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스위스프랑 강세라는 악재를 수출경쟁력으로 극복한 것이다.

스위스 연방경제부 산하 대외경제국은 1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들의 평균 경제성장률 -0.3%를 웃도는 것이다. 지난해 스위스 경제성장률은 2.6%였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스위스프랑 강세로 스위스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가 이런 악재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 덕분이다. 스위스의 지난해 4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2.8% 증가했다. 국내 총투자액도 2.5% 늘었다. 수입은 0.4% 감소했다.

수출 증가는 시계를 비롯한 정밀기계 산업이 이끌었다. 지난해 스위스의 시계 수출은 2010년보다 19.2% 증가한 193억스위스프랑(23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였다. 스위스 최대 시계 제조업체인 스와치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70억스위스프랑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고급화 전략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으로 스위스 시계 산업이 세계 경제 침체를 비켜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생산량 기준으로 스위스산 시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에 못 미친다. 그러나 금액 기준으로는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전체 수출 물량의 55.4%를 아시아 시장에 수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스위스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올해도 스위스프랑 강세가 지속될 전망인 데다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경제성장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는 2.7% 올랐고 1~8월엔 20% 급등했다. 스위스프랑 강세가 지속되자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지난해 9월 환율 하한선을 설정,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실시했다. 스위스가 고정환율제를 실시한 것은 1978년 당시 서독 마르크화에 대해 환율 마지노선을 설정한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정성택 기자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