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대란` 주상복합 올스톱 위기

2012. 3. 12. 08:45건축 정보 자료실

`일조권 대란` 주상복합 올스톱 위기

매일경제 | 입력 2012.03.11 18:45 | 수정 2012.03.12 06:59

 

준주거지도 규제 포함따라…법령개정 전까진 시장혼란 불가피

"뜬금없는 일조권 문제 탓에 사업시행인가를 눈앞에 둔 주택사업이 올스톱되기 일보직전입니다. 법제처에서 유권해석했다는 새 일조권 원칙을 적용하면 원래 지상 20층으로 설계된 도시형생활주택을 15층으로 낮추고, 전체 가구도 21%나 줄여야 해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지역조합 관계자는 지난 9일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이같이 하소연했다.

전국 주요 대도시 부동산시장에 '일조권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일조권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던 준주거지역이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아파트 단독주택 등이 들어서 있는 주거지역만 규제 대상이었고, 30여 년간 이 관행이 이어져왔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단독 입수한 국토해양부 문건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3일 '준주거지역 소재 공동주택에도 일조권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건축법 제61조에 대한 법제처 법령해석을 일선 지자체에 시달했다.

이에 따라 법령을 새로 고치기 전까지는 도심 역세권이나 공장용지 이전지역 등 준주거지역에는 공동주택 신축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커졌다. 준주거지역에는 아파트보다 용적률이 높은 주상복합,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들어선다.

일조권이 갑자기 이슈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부산지역 한 주택사업장에서 일조권 규정을 놓고 검찰과 건설업체 간 충돌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검찰청 청사 인근 준주거지역에는 지상 26~38층 6개동, 총 734가구 규모로 주상복합아파트가 올라갈 계획이었다. 그러자 바로 옆에 위치한 부산검찰청 측이 고층건물이 인근에 들어서면 일조권이 침해된다고 즉각 반발했다. 사업승인 신청 기간인 지난해 8월 직후 양측은 국토부에 판단을 내려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국토부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 해석은 '준주거지역에서 공동주택을 짓는 경우에도 일조권 높이 제한을 적용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문제가 된 이 부산 사업장은 인ㆍ허가 단계에서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건축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해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소재 D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일조권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승인까지 받은 사업장이 이미 수두룩한데 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하란 말이냐"며 반발했다.

원칙적으로 국토부가 새 법령해석을 시달한 이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곳이 적용 대상이나 법정다툼이 벌어질 경우 소급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국토부는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관련 법 부칙에 '일정기간 시행을 유보한다'는 경과규정을 새로 집어넣거나 준주거지역을 아예 일조권 대상에서 빼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령 개정에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인ㆍ허가 전면 중단과 사업기간 연장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해 보인다.

A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입법 미비로 인한 시장 혼선은 관련부처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 <용어설명> 일조권 규제 : 건물을 새로 지을 때 기존 낮은 건물 입주민들이 햇볕을 볼 수 없는 상황을 막기 위해 법령으로 신축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홍장원 기자 /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