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5. 19:38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뭐야, FTA 발효했다더니" 성난 주부들
-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 한·미 FTA 발효 이벤트 진행
- 종류와 가격 인하 폭에 실망…일부 고객 빈손으로 되돌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 발효되면서 미국산 식음료 가격인하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가격이 실제로 인하된 품목은 많지 않고 인하폭도 크지 않았다.
한·미 FTA가 발효된 첫날인 15일 조선비즈가 서울시내 주요 대형마트를 찾아 미국산 농산품 가격 인하 여부를 취재한 결과 대부분 인하폭이 크지 않고 종류도 많지 않아 실망한 소비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 ▲ 롯데마트는 한미 FTA 발효 첫날 쇠고기 가격을 100g 당 최대 1000원 인하 판매했다.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플러스. 평일낮 시간인데도 마트를 찾은 주부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미 FTA로 미국산 제품값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 사람들이다.
마트 안에선 직원들이 와인, 소고기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인하 안내문을 준비하느라 한창이었다. 그러나 인하폭은 크지 않았다. 관세가 기존 40%에서 37.3%로 내려가는 소고기의 경우 미국산 꽃갈비살이 100g 당 4180원, 부채살은 2800원으로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 ▲ 한미 FTA를 앞두고 대다수 와인수입 업체들이 와인 가격을 이미 10% 쯤 인하 판매했지만 롯데마트의 경우 이날 일부 미국산 와인 가격을 30% 인하해 판매했다.
민경인 홈플러스 축산팀 바이어는 “작년 미국에서 가뭄 등 이상기온으로 인해 사육두수가 감소, 산지가격 자체가 전년 대비 10% 가량 올랐다”며 “관세 혜택 대비 산지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 물량 확대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와인의 경우 미국산 와인 18종을 최대 40% 할인 판매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믹키, 밀러 등 미국 병맥주를 5병에 1만원에 판매하는 행사도 열렸다. 홈플러스는 미국산 와인 물량을 기존보다 25% 가량 늘려 할인 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맥주의 경우 이미 한·미 FTA에 대비해 전체 물량을 기존 대비 300% 수준으로 늘린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한ㆍ미 FTA 시행 이후 체리 30%, 오렌지 20%, 와인 25% 등 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밖에 건포도, 피스타치오, 와인, 유아용 스넥 등의 품목에서 미국산 상품 소싱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 종류와 가격인하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마트는 한·미 FTA 발효 첫날을 맞아 미국산 오렌지, 소고기, 와인 등을 할인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식료품 가운데 가격 인하 폭이 가장 컸던 것은 품목은 와인이었다. 롯데마트는 이날 와인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켄우드 율루파 화이트진 판델과 켄우드 빈티지 레드를 기존 가격보다 30% 인하된 각각 1만7500원에 팔았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갈비살은 100g 당 1000원을 할인했고, 등심 등은 100g 당 400원씩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과일은 가격이 많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리 대다수 품목이 큰 변함이 없었다. 다만 오렌지의 경우 1망당 1300원에서 1080원으로 낮춰 판매됐다.
미국산 호두·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체리·건포도 등 말린 과일 가격은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관계자는 “모든 제품의 가격을 본사에서 결정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됐다고 해도 현재 미국에서 들어오는 들여오는 제철 과일의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아 할인 품목의 수가 제한적”이라며 “기존에 수입된 과일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갑작스럽게 가격을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 호두와 아몬드 등 미국산 견과류는 한미FTA에도 불구하고 가격인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마트는 한·미 FTA를 발효를 기념해 미국 현지에서 직접 들여온 ‘웰치스 포도쥬스(1.89L)’를 6100원에 판매하고, 밀러 맥주(355ml) 6캔 들이를 기존 가격대비 36% 할인한 7770원의 가격에 준비했다. 또 금양인터내셔널이 수입하는 아포딕레드(7500원) 등 미국산 와인 80종을 최대 4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이마트 마포공덕점은 한·미 FTA 관련 행사장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밀러맥주와 미국산 와인 할인 행사만 진행했다. 본사 차원에서 할인 판매하는 미국산 포도주스는 찾을 수 없었다.
마포공덕점 직원은 “포도주스는 문의전화가 많고, 확보한 물량에 제한으로 점포별로 따로 진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찾은 소비자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포구 대흥동에 산다고 밝힌 김모씨(56·여)는 “FTA로 미국산 쇠고기 값이 좀 내리는가 싶어서 마트에 와 봤는데, 가격이 그대로”라며 “내리려면 한 달이 넘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냥 돌아섰다”고 말했다.
한·미 FTA 발효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모씨(43·여)는 “신문을 통해서 FTA가 발효 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오늘인지는 몰랐다”면서 “미국산을 마트에서 싸게 파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산구에 산다고 밝힌 박모씨는 “아무리 FTA로 할인행사를 했다고 해도 와인값은 여전히 너무 비싸다”면서 “과거에 가격이 터무니없게 비쌌던 벤츠 등 외제차 값이 차츰 떨어지는 것처럼 와인값도 유통구조를 개선해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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