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가져가는 돈 얼만가 봤더니
2012. 3. 16. 08:5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입력: 2012-03-15 17:24 / 수정: 2012-03-16 08:38
보육예산 6조 넘지만 체감효과는 별로
만 5세 미만 보육료 똑같이 나눠 지급
빈곤층엔 턱없이 부족…고소득층은 있으나마나
만 5세 미만 보육료 똑같이 나눠 지급
빈곤층엔 턱없이 부족…고소득층은 있으나마나
![](http://news.hankyung.com/nas_photo/201203/2012031596301_2012031589541.jpg)
지난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2월31일, 여야는 0~2세 아동에 대한 보육수당을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전격 통과시켰다. 작년까지 소득하위 70%에만 주던 보육비를 모든 계층으로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4000억원도 지난해 보육예산에 새로 넣었다.
보육비 지원대상을 대폭 확대하면 해당자들은 좋아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모는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어린이집은 보육료가 너무 적다고 항의하고, 정부는 국회에서 새로 내준 예산이 모자란다고 말한다.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는 데도 국민이 느끼는 효과는 별로 크지 못하다.
◆허술한 보육 관리감독
![](http://news.hankyung.com/nas_photo/201203/2012031596301_2012031695321.jpg)
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수는 7명이다. 보육교사 1명이 받는 급여는 경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월평균 120만~130만원선이다. 급식 청소 등을 도와주는 보육도우미 1명을 쓰는 데 월 60만원 정도 들어간다. 이들 인건비를 모두 합치면 월 1000만원가량 든다. 여기에 임대료(월 500만원)와 건물관리비, 각종 공과금 등이 월 1000만원가량 들어간다. 이를 빼고 나면 한 달에 1000만원 정도를 원장이 버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어린이집이 벌어들인다고 신고한 순소득은 한 달에 300만원가량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간 어린이집에서 구청에 제출한 장부 내역을 살펴보면 원장이 가져가는 순수익이 200만~300만원 정도인 곳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소득신고를 허위로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시내 어린이집 4834개소를 조사한 결과 135개소에서 아동 및 교사 허위등록 등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타간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감독은커녕 평가도 안해
사정이 이런데도 어린이집에 대한 감시·감독은커녕 평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민간 어린이집은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전혀 없다”면서 “어린이집의 회계 장부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법으로 금지돼 있어 어쩔 도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지자체와 공동으로 현장 조사를 통해 불법 행위를 지도, 단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어린이집은 3만9842개소다. 이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민간 어린이집이 수익성을 높이려다 보니 시설이나 급식, 안전성 등에서 국공립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민간 어린이집들은 “정부가 많지도 않은 보육료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온갖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등 간섭만 늘어났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에서 받는 보육료만으로는 어린이집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데도 마치 정부가 다 해주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의 급여는 월 110만~120만원으로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40만~50만원가량 적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는 가정은 늘어나는 반면 좋은 보육교사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어린이집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나눠먹기 보육수당
정부의 보육비 지원 대상은 만 5세 미만으로 지난해 277만명이었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올해 편성한 보육 예산 6조4570억원을 똑같이 나눠주면 대략 233만원이 돌아간다. 월평균 20만원이 약간 안 되는 돈이다.
예컨대 만 0~2세 아동에게 주는 보육료는 월 28만6000~39만4000원이다. 빈곤층 입장에서는 이 돈만으로 보육비를 다 충당하기 어렵고, 고소득층에는 있으나마나한 돈이다. 6조원이 넘는 돈을 가령 소득 하위 20% 빈곤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월 100만원의 보육비를 지원할 수 있는데,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눠주다 보니 정책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올해 새로 늘어난 보육예산 4000억원으로는 모자랄 판”이라며 “복지 메뉴를 늘리기보다는 좀 더 깊이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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