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0. 09:06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미친 기름값 못참아” 자영주유소들 반기 들었다
알뜰주유소 - 정유사 협공에 이번주중 석유유통사 설립 추진… 독자 대리점 개설 나서동아일보입력2012.03.20 03:09수정2012.03.20 04:24
[동아일보]
최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이 L당 2000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정유회사 직영이 아닌 자영 주유소들이 기존 유통망에 반기를 들었다. 정유회사들이 공급가격을 낮추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싼 알뜰주유소를 확대하자 벼랑 끝에 몰린 자영 주유소들이 독자 대리점 개설에 나선 것이다.
SK에너지로부터 기름을 받는 1040곳 자영 주유소 사장 모임인 한국자영주유소연합(옛 SK자영주유소연합)은 19일 "석유저장시설과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운송차량을 확보한 만큼 이번 주 중 석유유통회사 '한국글로벌에너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 '샌드위치' 된 자영 주유소
국내 석유 소매시장은 오랫동안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4대 정유사가 99%가량을 과점하면서 주유소들을 통제해 왔다. 정유회사 한 곳으로부터만 기름을 받는다는 '전량구매' 계약조건과 주유소가 기름을 산 뒤에야 공급가를 확인할 수 있는 '사후정산 관행' 등에 따라 주유소는 정유사의 공급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주유소 업계의 한 사장은 "정유회사를 바꾸려 해도 기존에 설치해 준 시설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거나 값싼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혼합해서 팔았던 데 대해 막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해 공급처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정유회사가 주유소들이 다른 곳으로 공급처를 바꾸지 못하도록 방해하면서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유통과정에 직접 개입해 주변 주유소보다 L당 최대 100원가량 싼 알뜰주유소까지 설립한 것도 직격탄이 됐다. 알뜰주유소로 인해 주변 기름값이 내려갔지만 정유회사들은 기존 가격을 고수하는 바람에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벼랑 끝에 몰린 자영 주유소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 '너지(nudge) 효과' 반기는 정부
SK 측은 자사 자영 주유소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일부 주유소의 움직임"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속으로는 난감해 한다는 게 정유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대기업 옥죄기'가 한창인 가운데 자영 주유소들이 일제히 반기를 들면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부각될 수 있는 데다 수십 년간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던 SK의 지배력이 자칫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간접적인 개입을 통해 효과를 보는 '너지 효과'가 나타났다며 내심 반기고 있다. 당초 정부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를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알뜰주유소를 설립해 간접적으로 압박할 의도였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격인 이번 갈등의 승부수는 결국 한국글로벌에너지에 얼마나 많은 주유소들이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는 1040곳의 회원사 중 73곳만이 자영주유소연합 측에 확실하게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전체 주유소(1만3000여 개)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초기 참여업체들이 기존 정유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정유사로부터 싼값에 기름을 받게 되면 나머지 자영 주유소들도 도미노처럼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자영주유소연합 측 주장이다.
김진곤 자영주유소연합 사무국장은 "정유회사들이 계약서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경고해 아직까지 많은 주유소 사장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지만, 검토 결과 구두계약이 많고 문서계약 역시 3개월 전에 해지를 통보하면 문제가 없어 참가자가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0여 개 업체가 시차를 두고 동참한다면 기존 유통시장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 업계는 한국글로벌에너지의 기름 공급자로 에쓰오일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와 GS, 현대오일뱅크는 필요할 때 서로 기름을 공급해주는 상호보완 관계로 싼 기름을 공급하면서 다른 정유사의 '주유소 빼앗기'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로부터 독자적으로 석유를 공급받는 에쓰오일은 시장점유율도 낮아 자영업체들에 대량으로 기름을 공급할 인센티브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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