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9. 08:47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무대는 한옥, 하객 50명… 웨딩플래너 "개성있는 결혼이 더 멋있더라"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2부-<4> 돈보다 추억이다
신부가 깐깐해야 - 남의 눈치 신경쓰지 않고 드레스 빌리고 웨딩촬영 생략 "헛돈쓰며 배우처럼 왜 폼잡냐"
"하객 과시는 싫어" - 호텔서 '록 콘서트' 같은 결혼, 가까운 사람만 초대 '추억쌓기' 자기만의 결혼이 더 빛나 조선일보 석남준 기자 입력 2012.03.29 03:22 수정 2012.03.29 08:33
2009년 서울 성북동 북악산 기슭, 목련꽃 활짝 핀 삼청각 정원에 현악 3중주 선율이 흘렀다. 하객은 딱 50명. 야외에서 주례 없이 식을 올린 뒤 한옥에서 식사하고 헤어졌다.
신부 김나미(가명·36·회사원)씨는 결혼식 계획 단계부터 '합리적인 럭셔리'를 추구했다. 야외 결혼식인데 드레스가 치렁치렁하면 오히려 불편하다면서 클래식 연주자들이 콘서트 의상 빌려 입는 가게에 가서 연주용 원피스를 빌려 입었다. 스튜디오에서 웨딩사진 찍는 건 생략했다. "예식 장면을 많이 찍으면 되지, 뭣하러 헛돈 쓰냐"는 이유였다. 한복과 반지도 안 샀다. 예식 당일 강남 유명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지만, 미용실 직원이 "염색하실래요?" "코팅도 하시면 어때요?" 하고 추가 서비스를 권할 때 초지일관 "나는 파마만 하면 된다"고 했다. 예식 비용에 사진·드레스·메이크업까지 딱 1000만원 썼지만, 하객들이 입을 모아 "오붓하고 고급스럽다"고 칭찬했다.
↑ [조선일보]회사원 김나미(가명)씨는 2009년 목련꽃 핀 서울 성북구 삼청각 정원에서 친척과 친구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몇 년 전만 해도 웨딩플래너는 외국에나 있는 신종 직업이었다. 요즘은 대다수가 날 잡으면 우선 웨딩플래너를 만난다. 예식장 예약부터 웨딩사진·드레스·메이크업 섭외까지 누구보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웨딩플래너다. 취재팀은 웨딩플래너가 100명 이상 근무하는 '듀오웨드'와 '아이웨딩'에서 베테랑 웨딩플래너를 각각 5명씩 추천받아 "최근 3년간 가장 인상적인 결혼식이 언제였느냐"고 물었다. 대답을 분석해보니, 공통점이 두 가지였다.
◇1000만원 쓰고도 빛나는 결혼식이 있다
"호화롭게 결혼하는 사람 숱하게 봤죠. 하지만 돈 많이 쓴다고 자동적으로 고급스러워지는 게 아니에요. 삼청각 결혼식처럼 1000만원 쓰고도 빛나는 결혼식이 있어요. 그런 결혼식 공통점은 신부가 깐깐하다는 거예요. 머릿속에 '나는 이런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그림이 명확하게 서 있어야 해요."(아이웨딩 권혜미 차장·6년간 700쌍 대행)
"중산층 유학생 부부가 예식 비용에 혼수까지 직접 모은 돈 1300만원으로 해결한 게 기억나요. 예물·예단·한복 생략하고 비수기인 7~8월에 날을 잡아 식대를 할인받았어요. 신부(30)가 '나는 부자 아니다. 남들 눈치 안 본다'는 생각이 확실했어요." (듀오웨드 채지우 팀장·5년간 170쌍 대행)
"웨딩플래너에게 모든 걸 맡기지 말고, 신부가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해요. 사실 신부가 이러면 웨딩플래너는 피곤하죠. 하지만 체면과 허영에 휘둘리는 신부가 정말 멋진 결혼식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듀오웨드 이성희 팀장·4년간 600쌍 대행)
◇하객은 과시하는 결혼식이 너무 지겹다
듀오웨드 문서영 팀장(7년간 1000쌍 대행)은 "하객들은 돈 많이 든 결혼식이 아니라 개성 있는 결혼식을 기억한다"고 했다. 올 초 대기업 입사동기 신혼부부가 일가친척 40명에 절친한 친구 각각 5명씩 총 50명 모시고 결혼식을 올렸다. 성혼선언문 낭독이 끝난 뒤 신랑(34)·신부(30)가 하객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일으켜 세워 좌중에 소개했다. 웃음이 터지고 눈물이 핑 돌 때 자연스럽게 스냅사진도 찍었다. 양가가 다 얼굴 외우고 진짜 가족이 됐다고 뭉클해하며 헤어졌다.
2008년 서울 A호텔에서 '록 콘서트' 같은 결혼식이 열렸다. 대학 시절 함께 밴드 활동을 한 의사 신랑과 회사원 신부가 클래식 연주자 대신 록밴드 동료들에게 결혼행진곡 연주를 맡겼다. 성혼선언문 낭독이 끝나자, 신랑·신부와 함께 스포츠댄스 배우는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 춤을 췄다.
신랑·신부가 식장까지는 어른들 하라는 대로 호텔을 잡았지만, 하객 숫자를 줄여서 비용을 4000만원대까지 낮춘 다음 '저희가 모은 돈으로 할 테니 결혼식 진행은 저희 뜻대로 맡겨달라'고 부모를 설득했어요. 록밴드 온다고 무조건 흥겨운 게 아니라, 신랑·신부의 개성이 녹아있으니 하객들이 재미있어했지요."(듀오웨드 김은선 수석팀장·10년간 1000쌍 대행)
※ 참여한 웨딩플래너
권혜미·김수현·김혜진·심성훈·허현정(이상 아이웨딩·가나다순)
김은선·문서영·이성희·채지우·최정은(이상 듀오웨드·가나다순)
'분야별 성공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月평균 50만원 적금 부어 17년 만에 2억 (0) | 2012.04.10 |
---|---|
"40만원벌자고 시작한일이 이젠 억대연봉…" (0) | 2012.03.31 |
고대 학생회장, 1억 빚지자 학교 그만두고… (0) | 2012.03.25 |
상권 살리기 나선 전통시장…이젠 뭉쳐야 산다 (0) | 2012.03.25 |
하루 40만원 버는 `붕어빵 장사` 비결 알고보니… (0) | 2012.03.19 |